60년 역사를 지닌 논산육군훈련소가 훈련병에 대한 인권 보호 취약 논란으로 다시 한번 술렁이고 있다.
2005년 1월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인분' 사건에 이어 '중이염' 고통을 호소하던 훈련병 정모(21)씨를 '꾀병'으로 몰아 결국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방치했다는 유족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군 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8일 유족들에 따르면 이날 국군대전병원에 안치된 정 씨의 옷 속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워낙 고통스럽다, 식물인간이 되면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을 해달라"는 글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또 정 씨가 숨지기 전인 지난 10일 어머니에게 쓰고 부치지 못한 편지에는 "오른쪽 귀가 먹먹하고 물이 들어간 것처럼 들린다"며 "훈련소에서는 항생제를 주고 의무실에만 있으라고 한다. 외부 병원으로 잘 안 보내주는데 약을 보낼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쓰고 있다.
정 씨는 숨지기 전 지휘계통을 통해 중이염에 따른 극심한 고통을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분대장과 소대장, 중대장에게 계급순서대로 말했는데 이제 와서는 (밖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며 "훈련 잘 받을 수 있는데 귀 때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편지에 썼다.
입대하지만 않았어도 원하는 병원에서 마음껏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정 씨는 결국 27일 오전 11시26분 경 생활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반면, 군 당국은 '꾀병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내용의 면담 기록을 작성했다.
유족들이 제공한 16일자 군 당국 면담. 관찰기록에 따르면 정 씨는 '오른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상담했으나 담당 간부는 '귀에 전혀 이상 없다. 꾀병 가능성이 농후하다. 군의관이 이상 없다고 말을 하는데 민간병원에서 진료 받고 싶어한다, 더 큰 병원에 보내달라고 항의하고 우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간부는 19일에도 '귀 내시경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음'이라고 기록했으며, 21일에는 '일상생활 관찰 시 전혀 아픈 기색이 없고, 다른 훈련병들보다 먹을 것도 잘 먹음'이라고 쓰는 등 정 씨의 호소를 뭉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육군훈련소 측은 "유족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으며, 헌병 수사대에서 정 씨의 외진기록 등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정 씨가 고통을 호소해 절차대로 외래진료하고 약 처방도 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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