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진重 노사 영도조선소 선박 파손 진실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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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정리해고에 불만 품은 조합원 소행 추정”
노조 “우리와 무관… 공권력 투입 빌미 악용말라”

정리해고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발생한 건조 선박 파손 사건을 둘러싸고 노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23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경 영도조선소에서 마무리 건조 작업 중이던 18만 t 벌크선 조타실 내부 장비가 파손돼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했다. 파손 부위는 조타실 모니터와 레이더 등 비싼 통신 장비. 조타실 내부에서는 장비를 파손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길이 1m가량의 쇠파이프와 철판 등이 발견됐다. 경비원은 “건장한 두 사람이 크레인을 타고 배에 올라가는 걸 봤는데 내려오다가 나와 마주쳤다”며 “이들은 흉기로 위협하면서 ‘우리를 봤다고 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은 선박을 발주한 덴마크 선주 측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사측은 “누구 소행인지 모르지만 정리해고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이 몰래 조타실을 파손했을 수도 있다”며 공권력 투입을 촉구했다.

반면에 노조는 “벌크선 파손은 노조와 전혀 무관하며 오히려 공권력 투입 빌미를 만들기 위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한진중공업 내 크레인은 모두 하청업체가 운영하고 있어 크레인에 오르려면 하청업체의 협조와 크레인 운전을 땅 위에서 신호하는 ‘신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노조원이 크레인을 작동해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올 초 사측이 선박에 오르는 ‘승강용 사다리’를 치워버린 데다 날이 밝은 오전 9시에 노조원이 배에 올라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선박 파손 부위 등을 대상으로 정밀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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