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방위사업청장, 건설업체서 수뢰 의혹… ‘비리’에 단명한 장수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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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뢰 의혹을 받아 온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16일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장 청장에게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달 초. 최근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세무사 이모 씨에게 현금 5000만 원과 13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맡겼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의 수사 표적이 됐다.

장 청장은 이날 오후 방위사업청 내부 게시판에 ‘방위사업청을 떠나며’라는 제목으로 사퇴 심경을 담은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긍심을 무기로 일하는 직원과 군 장병은 물론 공직사회 전체와 이명박 정부에 저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태는 혐의의 진실 여부를 떠나 분명 당혹스러운 일로 생각된다”며 “더 이상 저 때문에 청의 막중한 임무가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사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측은 “당분간 권오봉 차장이 청장 직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청장은 ‘장관 위의 차관’ ‘왕(王)차관’으로 불렸던 이명박(MB)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행시 15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등에서 경제 관료의 길을 걷다 2007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나와 MB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대선캠프에서 고교(경남고) 선배인 강만수 경제특보와 함께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경제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조달청장에 임명됐다. 당시 강력한 업무 추진력으로 고유가 위기 극복 정책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해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이후 2009년 1월 국방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MB 정부의 실세차관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차관 취임 직후 “군의 군살을 빼고 무사 안일주의를 없애야 한다”며 군 성과급제 도입, 국방예산 삭감 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의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너무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로 군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군 일각에선 ‘국방 현안을 잘 모르는 차관이 너무 나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불화설도 여러 차례 나돌았다.

급기야 2009년 8월 이 장관은 장 차관이 국방예산 삭감안을 청와대에 직보한 것을 두고 ‘하극상(下剋上)’이라고 비난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보냈다. 장 차관은 코너에 몰린 듯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장 차관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결국 물러난 건 이 장관이었다.

이를 계기로 장 차관은 당시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함께 현 정부의 대표적 실세차관으로 입지를 더욱 굳혔다.

장 차관은 지난해 8월 방위사업청장으로 중용돼 국방획득체계 개선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누구보다 ‘장수’할 것으로 예상됐던 장수만 청장은 잇단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6개월 단명 청장으로 끝나게 됐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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