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남대문 수입상가 단속현장… 유통기한 4년 지난 초콜릿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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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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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앞두고 남대문 수입상가 단속현장 가보니…

서울시 단속반원들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8일 오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수입상가에서 한글 설명문을 붙이지 않은 수입 초콜릿을 수거하고 있다. 단속이 시작되자 상가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서울시 단속반원들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8일 오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수입상가에서 한글 설명문을 붙이지 않은 수입 초콜릿을 수거하고 있다. 단속이 시작되자 상가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왜 그걸 다 가져가! 샘플로 하나씩만 가져가라고!”

“하나씩이라뇨? 위반하면 전량 수거라고요.”

8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내 한 수입상가에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단속에 나선 서울시청 단속반원과 상인이 주고받은 거친 대화다. 한글 설명문이 전혀 붙어 있지 않은 수입 초콜릿을 팔다 단속된 50대 상인은 “요즘은 한글 설명을 붙여 놓으면 싸 보인다고 안 사가니 할 수 없이 안 붙였을 뿐 고의도 아니고 정상 제품이다”라며 단속반에 항의했다. 그러나 식품표기 위반으로 적발된 초콜릿 꾸러미들은 10L짜리 압류 비닐봉투를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연중 최대 매출을 올리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도소매상의 발길이 온종일 이뤄져야 할 시기에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단속당한 상인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상인은 “며칠 전에도 중구에서 와서 단속해 과태료를 냈어요. 우리도 서민인데 한 번만…”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과태료 부과를 피하진 못했다.

단속반원들은 강경했다. 서울시가 위촉한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김자원 씨(61·여)는 그 상인에게 유통기한이 2007년으로 찍힌 제품을 내밀며 “사정을 봐드리려 해도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런 상품은 절대 안 된다”며 단속일지를 작성했다. 시중에 초콜릿을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남대문시장에는 도소매 상인들이 몰려든다. 도소매 상인들이 여기서 구입한 초콜릿을 다시 전국으로 유통시키는 만큼 이곳에 대한 단속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이날 주변 상가에서 수거한 불량 초콜릿 등은 10L짜리 봉투 15개를 가득 채웠다. 권순택 서울시 식품안전과 주무관은 “매년 이 시기에 대대적으로 단속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단속도 중요하지만 불량 제품이 대량 유통될 수 있는 요즘에는 소비자들도 초콜릿의 표기내용을 잘 살피고 출처가 불확실한 제품은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반 사항을 확인한 단속반이 다음 상가로 이동하려 했으나 이미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다른 상가들은 한창 도소매상으로 북적일 한낮인데도 대부분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단속도 멈춰야 했다. 서울시는 밸런타인데이 이후에도 대형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초콜릿류의 단속을 계속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모든 초콜릿, 사탕류의 제품은 국산이나 수입을 가리지 않고 다른 일반 식품처럼 한글로 주재료, 원산지, 유통기한 등 핵심적인 사항을 표기해야 한다. 외국어로만 작성된 것은 원산지나 유통기한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된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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