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물바다 묘지’에 가슴 찢긴 연평 전사자 유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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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도 못할 판인데 현충원 성의 안보여… 두달만에 잊은건가요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잊은 건가요?”

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사병 3묘역.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김오복 씨(51·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광주 남구 진월동)는 당국의 무성의한 처사에 성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들의 묘 앞은 땅이 패고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주변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김 씨는 “정우가 전사한 이후 처음 맞는 설이라 생전에 좋아했던 쑥인절미를 가져왔는데 놓을 곳조차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임시 배수로를 만든 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다음 날인 3일 오전 서러운 참배를 겨우 마쳤다.

김 씨 등 유족은 묘역에 대한 전반적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현충원에 전화를 걸어 원장에게 연결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직원은 “설 연휴라 연결이 안 된다. 하지만 원장 전화번호는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앞서 김 씨는 일반 참배객을 위해 묘 앞에 작은 안내 팻말이라도 붙이기 위해 표지판 설치를 3차례나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묘 앞에서 만난 한 주부가 “전사한 서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념하고 싶었는데 묘를 찾지 못했다”고 하소연하자 표지판 설치를 요청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현충원 측은 “표지판 설치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대단한 특별대우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참배객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작은 표지판 하나 설치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이럴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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