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前청장 구속수감

  • 동아일보

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檢 ‘함바 수사’ 탄력 받을듯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27일 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청사를 나와 차를 타고 굳은 표정으로 성동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27일 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청사를 나와 차를 타고 굳은 표정으로 성동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27일 법원으로부터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13일 법원에서 기각됐던 강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그동안 난항을 거듭했던 이번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이건배 부장판사는 이날 “사안의 중대성이 크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유상봉 씨(65·구속 기소)로부터 2009년경 건설공사 현장의 민원 해결, 경찰관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1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차례 영장 기각의 수모를 겪은 검찰은 재청구 영장도 기각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강 전 청장의 증거인멸 정황을 법원에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강 전 청장이 브로커 유 씨에게 소개한 경찰관 50여 명의 명단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또 강 전 청장 측이 재직 당시 경찰청 부속실 근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과 사전에 입을 맞추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 지난해 8월경 4000만 원을 주면서 외국 도피를 권유했고 (유 씨가) 검거되면 자신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허위 진술을 부탁한 정황도 제시했다.

강 전 청장 측은 그동안 “경찰청장에 취임한 뒤 유 씨에게서 떡값 명목으로 400만 원씩 세 차례 받았을 뿐”이라며 인사 청탁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또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도 유 씨의 진술에 의존한 부분이 많고 구체적인 물증이 부족하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이날 구속수감되면서 “물의를 빚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이 구속됨에 따라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나머지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또 이들에 대한 신병처리를 마치는 대로 유 씨와 돈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된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 정모 전 경찰공무원 등 전현직 정관계 인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상식과 형평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앞으로 나머지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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