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5년 끈 ‘계양산 골프장’ 결국 백지화

  • 동아일보

인천 서구에서 바라본 계양산 골프장 용지. 인천시는 최근 골프장 용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폐지 결정을 입안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서구에서 바라본 계양산 골프장 용지. 인천시는 최근 골프장 용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폐지 결정을 입안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롯데건설이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 추진해 온 골프장 건설이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가 최근 골프장 용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폐지 결정을 입안했기 때문. 그동안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해 왔으며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도 계양산에 공원을 조성해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25일 시에 따르면 2006년부터 롯데건설은 인천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계양산(해발 395m) 자락인 계양구 다남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58만6280m²에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대중골프장은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의 사전 환경성 검토, 인근 군부대와의 협의 과정에서 규모가 71만7000m²(약 21만7000평·12홀 규모)로 수정됐다.

시는 2009년 9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 골프장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체육시설)을 통과시켰고, 그동안 사업 승인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실시계획인가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1100억 원을 들여 골프장과 주민들을 위해 어린이놀이터, 게임장, 문화마당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송 시장이 취임 후 “계양산을 가족친화적인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 요구가 있고 반딧불이, 도롱뇽 등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어 골프장 건설로 환경이 파괴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혀 행정절차가 더는 진행되지 않았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들도 2006년부터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계양산을 훼손하지 말고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며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시는 지난해 11월 골프장 건설사업이 임의로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양산 일대의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계양산 보호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조례안은 산림 보호 범위, 중장기 보호시책, 자연자원 활용방안 등 계양산 보호계획을 5년마다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보호지역에서 개발사업을 벌일 경우 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친화적 개발을 하도록 명시했다.

결국 시는 골프장 건설사업을 백지화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골프장 용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폐지 결정을 입안했다. 이를 위해 21일부터 14일간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 대신 시는 계양산에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는 수준의 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4년여 동안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 승인과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을 포함해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아 온 롯데건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폐지 결정에 따라 롯데건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계양산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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