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납부하던 연맹비로 휴양소를 갖게 돼 뿌듯합니다.” 24일 오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에서 만난 조합원 김모 씨(53)는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노조가 조합원과 퇴직자, 협력업체 근로자, 지역 주민을 위해 경북 경주에 짓기로 한 평생종합휴양소(휴양소)를 다음 달 착공하기 때문.
○투쟁기금을 조합원 복지에
이 휴양소는 여느 기업체 휴양소와 다르다. 현중 노조는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노동운동 메카’로 불리며 매년 파업을 벌이는 등 강경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1995년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무분규로 타결짓기도 했지만 민주노총 내에서는 여전히 강성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04년 9월 사내 비정규직 근로자 분신사태에 대해 민주노총이 ‘반(反)노동자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제명하자 재심을 청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노조는 이때부터 ‘선진, 복지노조 건설’을 내걸고 평생종합휴양소를 짓기로 하고 민주노총에 내던 연맹비(연간 5억8000만 원)를 적립했다. 2009년에는 울산과 가까운 경주시 산내면 대현리 산211 일원 67만8958m²(약 20만550평)를 사들였다.
노조는 이곳에 600억 원을 들여 복지시설(연수원, 숙박시설, 식당, 편의점)과 위락시설(축구장, 헬스클럽, 야외수영장, 눈썰매장), 휴양자연체험시설(지압산책로, 등산로, 체력단련장, 조각공원) 등을 갖춘 휴양소를 다음 달 착공해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숙박시설은 5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도록 지을 구상. 노조는 휴양소 건립 용지 앞에 있는 방갈로와 식당을 갖춘 ‘숲 속의 하모니’를 매입했다. 올여름 휴가부터 조합원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선진, 복지노조 지향”
휴양소 건립 배경에 대해 오종쇄 노조 위원장은 “풍요로운 노동자의 미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며 “현중 노조가 지향하는 ‘선진, 복지노조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안정 속의 실리’를 표방해온 오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 상생협력 유공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만 58세로 정년퇴직한 노조원 817명 가운데 766명을 1년간 연장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노사가 2008년 맺은 단체협약에 따른 것. 조합원은 일자리를 연장할 수 있고, 회사도 숙련된 기술자를 더 고용할 수 있는 ‘윈윈 모델’로 꼽히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