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남 나주시 운곡동 농협중앙회 나주공판장. 전남지역 9개 도축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이곳에는 오전 4시부터 소와 돼지를 도축하려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도축 전 소와 돼지를 모아놓은 계류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계류장 밖에서 대기하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하루 도축된 소는 164마리, 돼지는 479마리. 한경승 나주공판장 가공담당은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도축량이 예년보다 늘었다”며 “도축 주문이 많으나 냉장보관 시설 능력 때문에 물량을 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전북 최대 도축장인 익산시 현영동 ㈜축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축을 기다리는 소와 돼지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사흘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도축장의 하루 도축량을 보면 소는 구제역 발생 이전 80여 마리에서 160여 마리로, 돼지는 1800마리에서 2800마리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소는 3배, 돼지는 50% 각각 늘었다. 변병성 상무는 “도축인력을 40명에서 60명으로 늘리고 오후 6시이던 작업마감 시간을 10시로 연장했을 뿐 아니라 올 들어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작업을 계속했지만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문이 확산되면서 아직까지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남북 지역 축산물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934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호남지역 소·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도축량이 늘고 있다. 시기적으로 설을 앞두고 있는 데다 구제역 발생을 우려한 축산농민들이 도축을 서두르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소 값이 약간 내리자 농민들이 출하를 꺼려 도축물량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24일 전남도 축산위생사업소에 따르면 전남지역 9개 도축장의 하루 평균 도축물량은 소 353마리, 돼지 3452마리로 지난해보다 소는 79%, 돼지는 26% 늘었다. 18일에는 소 568마리가, 19일에는 돼지 4335마리가 도축돼 각각 하루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도축 물량이 늘면서 축산위생사업소는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도축검사를 하는 등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에 힘쓰고 있다. 휴일인 29일과 30일, 설 연휴 첫날인 다음 달 2일에도 도축장을 운영하고 개장 시간(오전 6시∼오후 3시)도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윤창호 전남도 축산위생사업소장은 “다행히 전남지역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전남산 축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설 명절을 맞아 친환경 축산의 대명사인 전남의 축산물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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