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저항하다 내딸 숨졌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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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경찰 부실수사” 인터넷에 글올려 파문 확산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 편성 직접 재수사 하겠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2009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사건의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자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재수사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건은 딸의 죽음을 수사기관에서 은폐하려 했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성폭행범에게 저항하다 죽은 어린 여대생의 사연과 현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009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사망한 신모 씨(당시 19세)의 어머니(46)가 작성했다.

이 글에 따르면 신 씨는 2009년 8월 6일 친구 소개로 만난 김모 씨(당시 군인)와 백모 씨(무직) 등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다음 날 오전 4시경 귀가하던 중 김 씨 등이 신 씨를 성폭행하려고 해 반항하다가 맞아 숨졌다는 것이다. 신 씨의 어머니는 “공범 2명 중 한 명은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군사재판인 1심에서는 무죄, 이후 2심에서 폭행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백 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신 씨 어머니는 “전직 경찰인 백 씨의 외삼촌이 사건에 관여해 김 씨만 가해자로 인정된 것”이라며 “백 씨를 고소했지만 담당 경찰은 ‘이혼녀 밑에서 자란 딸이 얼마나 행실이 나빴겠느냐’며 오히려 우리에게 무고죄 운운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서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조차 확보하지 않는 등 수사를 허술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정확히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경찰청에서 직접 재수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엄정한 수사로 사건에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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