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익명의 롤케이크’ 순천이 훈훈해졌다

  • 동아일보

홀몸노인 등에 960개 전달 광주서도 세밑 온정 잇따라

전남 순천시 왕조1동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20일 사랑의 롤케이크가 전달됐다. 쓸쓸한 성탄을 맞을 뻔했던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는 무엇보다 달콤한 선물이었다. 이 롤케이크는 익명의 기부자가 동사무소에 기부한 것이다. 기부자는 19일 왕조1동에 700개, 17일 왕조2동에 260개 등 모두 960개의 롤케이크를 기증했다. 이 일대는 순천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주거지역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케이크를 보낸 기부자를 결국 찾지 못했다”며 “뜻하지 않은 기부로 어려운 이웃들이 그나마 훈훈한 연말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 사랑 나눔 봇물

22일 오전 광주 광산구 덕림동 ‘보람의 집’. 지체장애인 55명의 보금자리인 이곳에 GS칼텍스 광주저유소, 광주지사 직원들이 찾아왔다. 식당에 뷔페를 차린 직원들은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에게 음식과 과일을 먹여주며 식사를 챙겼다.

따뜻한 이웃사랑이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도 음식으로, 연탄으로 사랑을 나누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 술자리 송년회 대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려는 뜻 깊은 송년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광산구의 대안학교인 동명고(교장 정소지) 학생과 교사들은 17일 배추 500여 포기로 김장을 담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학생들은 농업교과 시간에 교내 텃밭에서 배추를 가꿔 매년 김장김치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 또 전교생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모은 돈과 바자회 수익금으로 생필품을 구입해 저소득 가정에 전달했다.

광주 인성고(교장 길덕만) 학생들은 11일 빨간 돼지저금통을 털어 저소득층 가구에 연탄을 배달했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나눔 운동 ‘Beautiful Class’로 선정된 2학년 1반, 9반 학생들은 1년 동안 모은 60만 원으로 연탄 1200장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눴다.

이색 기부행사도 있다. 광주지역 안과전문 병원인 아이안과는 1일부터 한 달 동안 안과를 찾는 라식, 라섹 환자들의 수술비 10%를 적립해 개발도상국 실명환자들에게 수술비로 전액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나눔 송년회 확산

광주 북구 공무원 모임인 청년간부회의는 25일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세탁기, 건조기, 학습기자재 등을 전달한다. 이들은 23, 24일 저소득 가구와 보육시설을 찾아 선물을 나눠 주고 마술공연도 할 예정이다. 광주 서구 상무금호보건지소는 23일 오후 3시 상무금호보건지소 보건교육장에서 정신질환자와 가족이 함께 펼치는 장기자랑을 비롯해 마술쇼, 레크리에이션 등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광주 남구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도 16일 김장김치 봉사활동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이들은 광주은행이 마련한 재료로 김장을 담가 남구지역 경로당 208곳에 김치 1상자씩을 전달했다. 광산구 운남동과 어룡동사무소는 ‘사랑 나눔’ 송년회를 몇 년째 열고 있다. 운남동은 15일 주민 복지 한마당 행사를 열고 사회단체와 경로당 협의회, 독지가들이 보내온 쌀 110포와 생필품, 장학금(420만 원)을 전달했다. 어룡동도 같은 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5명에게 20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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