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에서 처음 확인된 구제역이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결국 ‘안동존(zone)’을 넘어섰다. 경북 예천군의 한 한우농장 소들이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최종 판명된 것. 안동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방역 당국은 구제역이 경북 지역 전체로 퍼질까 바짝 긴장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일 오전에는 대구 북구의 한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안동으로부터 100km 이상 떨어진 경북 청도군에서도 구제역 신고가 접수됐다. 축산농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일 오전 예천군 호명면 오천리 한우농장의 소 45마리가 혓바닥 궤양, 침 흘림, 사료 섭취량 감소 등 구제역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검사를 한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드러났다고 5일 밝혔다. 이 농장은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안동시에서 서남쪽으로 21km 떨어진 곳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역학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안동 지역에서 차단 방역을 실시하기 전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예천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방역 실패에 따른 확산은 아닐 것”으로 추측했다.
구제역은 주말 동안 당초 발생지인 안동 지역 안에서도 급속히 확산됐다. 4, 5일 양일간 안동 지역 내에서만 추가로 12곳의 농장이 구제역에 감염돼 5일 현재 안동 지역의 구제역 감염 농장은 29곳으로 늘었다.
농식품부는 일단 구제역 감염이 확인된 농장의 한우들을 도살처분하고 반경 500m 내 농장의 가축들에 대해서도 예방적 도살처분을 실시했다. 돼지는 소보다 전염력이 3000배나 강해 돼지 구제역 발생 농장에 대해서는 반경 3km 내에도 예방적 도살처분을 실시했다.
농식품부는 5일 오전 8시 현재 매몰 처분 대상 7만5601마리 가운데 6만2864마리(83%)의 매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매몰 대상은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안동을 비롯해 경북 의성, 충남 보령, 경남 창녕의 소와 돼지도 포함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의성, 보령, 창녕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역학관계 추적 결과 발생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예방적 도살처분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일 오전에는 최초 구제역 발생지점에서 75km나 떨어진 대구 북구 연경동의 한 한우 농가에서도 소들이 거품 섞인 침과 콧물을 흘린다는 신고가 접수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오후 8시 25분경에는 안동에서 112km 떨어진 경북 청도군 금천면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들 두 농가에 대한 검사 결과는 6일 나올 예정으로, 대구와 청도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사실상 구제역이 경북 지역 전체로 퍼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로써 5일 현재 전국에서 접수된 구제역 신고 총 40건 가운데 30건이 양성, 8건이 음성으로 판명됐으며 2건은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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