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금속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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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비정규직 정규직전환” 파업 지원하면서 자신들 임단협선 ‘사내하도급 제한’ 요구 철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는 사내하도급 제한 요구를 철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지난달 23일 올해 산별중앙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83.3%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금속노조가 사측과 합의한 잠정합의안은 금속 산업 최저임금을 시급 4400원(기존보다 4.76% 인상)과 월 101만5000원(기존보다 3.78% 인상) 중 높은 금액으로 적용과 노조 전임자 문제는 노사합의를 준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신 금속노조는 당초 요구했던 사내하도급 제한 요구를 철회했다. 사내하도급이란 한 회사가 원청업체로부터 생산 공정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으로 사내하청이라고도 불린다. 사내하도급은 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제도.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 공장에서 사실상의 지휘감독권을 원청업체가 행사하면서 ‘무늬만 사내하도급(불법 파견)’인 곳이 많아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파업은 올 7월 22일 대법원이 이 회사 울산공장 비정규직 근로자인 최병승 씨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최 씨의 경우처럼 사실상 현대차가 사용자인 비정규직이 많아 이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총파업 불사까지 천명한 금속노조가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 투쟁을 하는 사이에 잠정합의안을 가결(지난달 23일)한 데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은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됐다. 현대차의 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금속노조가 앞에서는 사측을 비난하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뒤로는 자신들의 임금과 전임자 확보 등을 위해 사내하도급 제한 요구를 철회하고 이를 가결한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차 “2000억 생산손실 울산공장 휴업 심각 고려”

한편 현대차 강호돈 부사장은 이날 울산공장 점거파업과 관련해 “불법 점거가 3주째 접어들면서 2000억여 원 이상의 생산손실을 입고 있다”며 “잔업, 특근 중단에 이어 휴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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