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람따라 산굼부리… 낭만따라 따라비오름… 제주는 억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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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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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판이 온통 억새의 은빛 물결이다. 억새의 화려한 군무가 한창인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 분화구 주변을 수많은 관광객이 줄지어 오르며 억새의 장관을 만끽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들판이 온통 억새의 은빛 물결이다. 억새의 화려한 군무가 한창인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 분화구 주변을 수많은 관광객이 줄지어 오르며 억새의 장관을 만끽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들판이 온통 은빛 물결이다. 바람을 타고 살랑거리는 억새 군락이 마치 파도를 연상시킨다. 23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 관광지.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산굼부리 분화구 주변은 관광객들로 넘쳤다. 이들은 분화구의 신비로움과 억새의 장관에 빠져들었다. 김모 씨(53·여·서울 강동구)는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억새를 보니 낭만에 젖게 된다”며 “억새가 있어서 제주의 가을이 더욱 아름답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억새꽃축제가 올해부터 폐지됐지만 억새의 장관은 변함이 없다.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곳으로는 산굼부리를 비롯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을 꼽는다. 6개 봉우리와 3개 원형분화구를 간직한 따라비오름은 해발 342m의 아담한 오름. 능선을 따라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가 눈부시게 다가온다. 한쪽 능선에서 다른 쪽 능선을 보면 하얀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제주시 구좌읍 지역의 ‘손지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등도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차량을 이용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은 제주시 애월읍 이시돌목장과 새별오름 인근,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 부근 등이다. 억새는 골프장 조경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개장한 서귀포시 안덕면 ‘아덴힐골프장’은 목장을 골프장으로 조성하면서 억새밭을 그대로 뒀다. 녹색의 잔디와 어울려 선명한 은빛을 발한다. 특히 왕이메 코스 3번홀 주변에서 자체 억새꽃축제를 열어 무료로 내장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한라산에는 어리목 등산코스의 해발 1450∼1600m 구간 사제비동산 일대에 억새 군락이 자리 잡고 있다. 억새는 종자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거나, 등산객의 신발이나 옷에 묻어 고지대로 이동한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고정군 박사는 “온대성 볏과 식물인 억새가 한지성 초지식물이 자라는 한라산 1800m 고지대까지 진출한 것을 확인했다”며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 억새가 말과 소의 먹이가 되고 억새 줄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 용도가 줄면서 억새가 해발 200∼600m ‘중(中)산간’ 일대를 뒤덮고 있다. 오름과 중산간 지역의 억새는 11월에 최고 절정을 맞는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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