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소녀 감격의 우승, 시민들 ‘눈물과 환희’

동아일보 입력 2010-09-26 10:49수정 2010-09-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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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소녀들이 시상대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가슴 졸인 응원전을 펼친 시민들은 TV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120분 경기 내내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던 팬들은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여섯 번째 키커 장슬기 선수가 때린 킥이 골 망을 출렁이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결승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이 연장 혈투와 승부차기 끝에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휴일 아침 전국이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우승의 환희에 젖어들었다.

26일 일요일 아침인데도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200여명의 시민이 TV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 때에 못지않은 응원 열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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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아~, 아~'하며 탄성을 질렀고 일본의 기습적인 슛에 실점할 때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1-0으로 앞서다 1-2로 역전당하고 전반 막판 2-2 동점을 만들었다가 다시 후반 2-3으로 끌려가자 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러다 패색이 짙어 보였던 후반 34분 이소담 선수가 환상적인 하프발리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선사하자 시민들은 깜짝 놀라서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쳤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영현(45) 씨는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우리 여자선수들이 이뤄내다니 정말 뿌듯하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연장까지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니 뭉클하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으로 일요일 아침 경기가 열리다 보니 많은 시민들은 집에서 TV를 지켜보며 한 골 한 골이 터질 때마다 숨을 죽였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일본의 마지막 키커 무라마츠 선수가 골대를 맞춰 실축하고 이어 장슬기 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순간에는 서울시내 곳곳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서 함성과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회사원 김수진(28·여) 씨는 "승부차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경기 내내 가슴을 졸이며 봤다. 연장에 접어들어 부상과 체력 고갈로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뛰는 모습이 찡했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경환(32) 씨는 "여자축구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깬 경기였다. 조그만 선수들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연장전에서 줄줄이 쥐가 나 일어나지 못할 때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대학생 윤동빈(26) 씨도 "우리나라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시상식에서 골든슈, 골든볼 상을 싹쓸이하고 우승 트로피에 입까지 맞추다니 믿기지 않는다. '10번'이 박힌 여민지 선수 유니폼을 사서 입고 다닐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MVP 여민지 선수가 재학 중인 경남 함안 대산고 강당에서는 재학생과 교사, 지역주민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포털 게시판에 댓글을 달며 척박한 여자축구 저변을 딛고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쓰며 우승 신화를 창조한 태극소녀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포털 다음의 응원 게시판에는 '눈물이 난다. 그대들은 영웅이다'(아이디 사탕무), '정말 오랜만에 재밌는 경기를 봤다'(두파수), '정신력의 승리다'(huyi) 등의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게시판에는 '남자도 못해낸 업적을 여자들이 해냈다'(hds1***), '여자축구도 파주 훈련장 쓰게 해줘라'(fute***),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koon***) 등의 반응이 보였다.

여민지 선수의 미니홈피에도 격려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방명록에 '축구 보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울면서 봤다. 트리플 크라운 축하한다', '최고의 드라마 한 편 봤다'는 글을 남겼다.

트위터에도 대표팀의 투지와 노력으로 일궈낸 '월드컵 우승 신화'를 축하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아이디 mysharona1229는 '살아생전 한국축구의 세계대회 우승을 실시간으로 보다니…', kimjongseo는 '우리의 숙원을 결국 막내들이 이뤄냈다. 이를 계기로 성인축구에만 쏠려 있는 관심과 사랑을 골고루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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