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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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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외고생, 영어말하기 대회 고등부 대상 거머쥐다.
성승현 군의 스스로 재미찾는 학습법

2010년 전국 영어말하기 경시대회 에서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성승현 군
2010년 전국 영어말하기 경시대회 에서 고등부 대상을 차지한 성승현 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처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울외국어고 영독과 2학년 성승현 군(16)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외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단 생각에 서울외고를 택한 성 군은 영어는 물론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한 독일어 실력도 꾸준히 키워 나가고 있다.

성 군은 동아일보, (재)국제교류진흥회, 한국영어교육학회가 공동주최하고 YBM/Sisa, YBM시사닷컴, ETS의 후원으로 최근 열린 ‘2010년 전국 고등학생·대학생 영어 말하기 경시대회’에서 고등학생부 대상을 차지했다. 해외연수 경험이 전혀 없는 성 군은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됐을까. 그가 이렇게 영어에 능통해진 데에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어머니 박정화 씨(42)의 영향도 있었지만,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영어를 통해 ‘재미’를 발견해온 성 군 자신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 초등학교 때 : 듣고 입으로 따라 읽기

성 군이 초등학교 때 즐겨읽은 영어동화책
성 군이 초등학교 때 즐겨읽은 영어동화책
박 씨는 ‘아이가 영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박 씨는 성 군에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주한 미군 국내방송망(AFN KOREA)에서 방영된 어린이교육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를 보여줬다. 성 군은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표정과 말투가 재미있어 그대로 따라하다 보니 영어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성 군에게 영어동요를 들려주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짧은 영어 문장으로 이뤄진 영어동화 ‘스파이더 시리즈’ 같은 책도 꾸준히 읽게 했다. 박 씨는 “아이가 영어 표현을 무조건 외우지 않고 삽화를 보며 내용을 상상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둬 지도했다”고 말했다.

성 군은 “처음엔 어휘나 문장의 의미를 몰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TV프로그램이나 책에 나오는 그림을 보고 내용을 추측하면서 영어에 차츰 재미를 갖게 됐다”면서 “미국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의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 군은 초등학교 5학년이 돼서 본격적인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단어장을 5번 넘게 보면서 쉬운 단어부터 어려운 단어까지 머릿속에 모두 집어넣었다. 특히 발음하기 어렵거나 뜻이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는 입으로 줄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외웠다. ‘mirth(명랑, 환희)’같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는 전자사전에 따로 저장해 틈틈이 익혔다.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보면 저도 모르게 기운이 솟는 것 같았어요. 새로운 영어 단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마냥 즐거웠어요.”(성 군)

○ 중학생 때 : 시험을 통해 실력 한 단계 ‘UP’

성 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토익 시험에 도전했다.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 군은 학교수업과 과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 공부에 쏟았다. 1년 동안 토익 시험에 5번 정도 응시했다. 시험을 볼 때마다 토익 성적이 조금씩 올랐다. 올해 1월 치른 토익 시험점수는 975점.

“시험에 자신이 생기면서 토플과 텝스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각 시험을 분석하다보니 문제 유형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유형이 다른 문제를 접할 때마다 ‘이 문제는 꼭 풀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문제를 푸는 기술을 익히기보단 지문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부했죠. 주말 내내 영어만 공부한 적도 많았어요.”

성 군은 영어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컴퓨터와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성 군은 영화 ‘아이로봇’을 10번 이상 봤다. 처음엔 자막을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다음부터는 들리는 영어 표현 위주로 입으로 따라했다. 그래도 모르는 표현이나 어휘를 접할 때면 인터넷에서 대본을 구해 정확한 표현을 찾아 익혔다. 성 군은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영어 표현은 실제로 활용하기 좋은 것들이 많아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특히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사를 입으로 따라하면서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고등학교 때 : 끊임없이 영어로 말할 기회를 만들다

성 군은 자신이 영어 공부를 할 때 매우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국어를 꾸준히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외고에 진학했다.

성 군은 외국어를 잘 하려면 많은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자투리시간이 생길 때마다 원어민 교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처음엔 아는 표현도 잘 떠오르지 않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몰라 막막한 적도 많았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성 군은 CNN, MSNBC, BBC 같은 영어뉴스채널 홈페이지를 매일 방문했다. 성 군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원어민 교사는 어색한 영어 표현을 꼼꼼히 고쳐줬다.

성 군은 자신이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모두 영어로 바꿔보는 노력을 했다. 학교 쪽지 시험에서 100점을 맞지 못했을 땐 “I should have got a 100 on the exam”(100점을 맞았어야 하는데)라는 문장을 만들기도 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문장을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정확한 표현인지 확인했다. 때론 원어민 교사와 대화할 때 활용하면서 더 좋은 표현을 익혔다.

정석교 기자 stay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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