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 돌아오면… 열흘뒤 전력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 “휴가철 직후 수요 절정”… 정부, 위기대응 모의훈련

“현재 시간 14시 20분, 보령 화력발전소 3, 4호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으로 정지됐습니다.”

2일 정부과천청사 지식경제부 4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 대비 모의 훈련장.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중부발전으로부터 고장 보고가 접수되자 지경부는 즉시 전력수급대책본부를 마련하고 관계 기관에 ‘비상 상황’을 통보했다.

여름철이라 전력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발전소 2기 가동이 한꺼번에 중단되자 예비전력이 ‘경계’ 단계인 155만 kW까지 급락했다. 행정안전부는 즉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경찰청과 국방부는 정전 지역 치안 관리를 위해 병력을 투입했다.

가장 바빠진 곳은 한국전력의 비상수급대책반. 한전은 곧바로 비중앙 급전발전기 7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력 공급은 줄었는데도 수요는 오히려 20만 kW가량 증가하자 결국 한전은 비상절전 조치를 내렸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 소비 억제를 위해 사전에 통보한 주요 건물 등에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구에는 이틀가량 걸릴 것”이라는 중부발전의 보고가 접수되자 상황실에는 순간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곧 전력거래소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분위기는 바뀌었다. “발전기 가동과 수요 조절로 예비전력이 520만 kW까지 회복되었습니다.” 그제야 대책본부는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30분에 걸친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 대비 모의 훈련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지경부와 한전, 전력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이 모의 훈련을 한 것은 여름철을 맞아 전력 수요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 지경부는 “수요 급증에 따른 비상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훈련을 한 것”이라며 “각 기관과 부처별로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른 대응 요령을 숙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전력 수요는 이미 지난해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 전력 수요는 8월 19일의 6321만 kW였지만, 올해는 이미 지난달 19일에 6568만 kW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휴가 기간이 끝나면 전력 수요는 연중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 측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휴가 기간으로 산업용, 가정용 전력 사용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며 “휴가 기간도 끝나고 더위는 여전한 8월 중순이 되면 전력 수요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와 지경부는 전력 수요가 8월 중순 7070만 kW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경부 엄찬왕 전력산업과장은 “비상 상황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평소에도 국민들이 절전을 생활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