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돕기 대신 영어-과학 캠프… 교육 ‘브나로드 운동’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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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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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질 좋은 교육 절실”
울산울주 등 6곳서 ‘지식 봉사’
맞춤형 수업-대입까지 멘터役

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4·18기념관에서 열린 ‘농촌희망가꾸기 여름봉사활동’ 발대식에서 봉사단원으로 활동할 고려대생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했다. 고려대와 농협이 함께하는 이번 봉사활동에선 일손 돕기 대신 영어, 과학교실 등 농촌지역 어린이 학습 지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홍진환 기자
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4·18기념관에서 열린 ‘농촌희망가꾸기 여름봉사활동’ 발대식에서 봉사단원으로 활동할 고려대생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했다. 고려대와 농협이 함께하는 이번 봉사활동에선 일손 돕기 대신 영어, 과학교실 등 농촌지역 어린이 학습 지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홍진환 기자
“영월 봉래중학교에서 열리는 캠프 이름은 ‘네버엔딩 스토리’입니다. 지난해 찾았던 영월 봉래중학교 학생들에게 우리가 결코 한 번 들렀다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겠습니다.”

5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4·18기념관 대강당 안. 고려대 상징인 크림슨색(진홍색) 조끼를 입은 200여 명의 학생이 여름방학인데도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모두 고려대 사회봉사단 단원들. 고려대와 농협은 농촌 마을에서 영어와 과학, 독서캠프를 차려주는 ‘농촌희망가꾸기’ 봉사단 발대식을 열었다.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봉사단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희망의 웃음이 가득했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로 가는 엄현아 씨(23·체육교육학과 4학년)는 선서를 통해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농활이 ‘농촌에 가서 놀다 오는 것’으로 인식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며 “농촌희망가꾸기 봉사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농촌봉사를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고려대는 올해 7월과 8월 단위 농협에서 추천받은 울산 울주, 충남 당진, 경북 상주, 경기 이천 등 총 6개 농촌지역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와 과학교실을 연다. 19일 시작하는 울산 울주군 캠프가 처음이다. 흔히 농촌 봉사라면 ‘모내기 일손 돕기’ ‘벼 수확’ 등을 연상하지만 이를 탈피한 ‘제2의 브나로드 운동’을 열겠다는 것이 고려대 측의 목표다.

김한겸 학생처장 겸 사회봉사단 부단장은 “농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작 필요한 인력은 모내기 일손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할 사람”이라며 “일회성 농촌 학습교실이 아니라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멘터’의 역할을 하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봉사를 떠나는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에도 나선다. 도서(島嶼) 지역인 인천 덕적도로 떠나는 교육팀은 ‘오감만족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샌드위치를 만들며 영어공부를 하고 비누를 직접 만들며 화학 원리를 체득하는 식이다. 이들은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종이배도 바다에 띄운다. 경기 이천은 환경 도시를 표방하는 지역 특성에 맞춰 ‘초록 이야기’를 교육 화두로 담았다.

고려대는 농활이 대학생들이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벌여오면서 시들해졌지만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을 통해 농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심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대식에 참석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농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가운데 봉사단 여러분의 땀방울은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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