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충남 청양군 운곡면 OO리 A 씨(72) 집. 거동이 불편해 거소투표(선거일에 투표소에 가지 못하는 경우 거주지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미리 투표를 하는 것)를 신청해 투표용지를 받아 놓은 A 씨는 군의원 후보인 강모 씨가 찾아와 “투표용지가 잘못 배달되었다”고 말하자 별 의심 없이 투표용지를 건넸다. 강 씨는 이 투표용지를 받아다 직접 기표를 한 뒤 선관위에 발송했다.
청양군선거관리위원회는 상대편 선거운동원의 제보를 받고 조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강 씨를 지난달 28일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강 씨의 대리투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이 지역 집배원인 명모 씨(별정국 7급·준공무원)도 검찰에 고발했다. 명 씨는 강 씨에게 거소투표용지 배송일자 등을 알려줘 범행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 거소투표를 둘러싼 부정행위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청양군선관위는 1일 군내 거소투표 대상자 250명 가운데 청양군 이외 지역(관외)의 거소투표자와 선관위가 직접 투표 과정을 관리한 청양노인요양원 투표자를 제외한 190명을 대상으로 확인 조사한 결과 60명 이상의 거소투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전남도선관위도 이날 거소투표 용지를 가로채거나 특정 후보에게 기표를 강요한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기초의회 선거사무원인 이모 씨는 지난달 28일 나주시 다시면 서모 씨 등 6명의 집에 찾아가 대신 우편 발송을 해주겠다며 기표한 투표지와 기표가 되지 않은 투표용지를 가져간 혐의다. 또 박모 씨는 나주시 공산면 정모 씨 부부에게 “○○○에게 기표를 하라”고 요구하고 기표한 용지를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이장, 반장이나 특정인이 자의적으로 거소투표자를 정하거나 대리투표를 하고 배달된 투표용지를 가로채는 등 6건의 사례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북 영덕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거소투표 대상자의 집에 찾아가 대리투표한 마을 이장 이모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북도선관위도 거소투표자를 대신해 투표한 시의원 후보 부인 최모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최 씨는 지난달 25일 거소투표자 3명의 집을 방문해 투표용지에 자신의 남편 기표란에 투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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