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 나왔는데도 끝까지 잡아떼는 北태도 분통”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천안함 유족 표정

故 김동진 중사 어머니 “北소행 드러나니 더 억울”
故 방일민 중사 아버지 “軍 사전적발 못한 것 참담”
“발표 보는 내내 분노 치밀어” 생존 장병들도 침통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인 방일민 중사의 아버지 방광혁 씨가 20일 경기 김포시 양촌면 자택에서 TV를 통해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TV 옆에는 방 중사가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김포=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인 방일민 중사의 아버지 방광혁 씨가 20일 경기 김포시 양촌면 자택에서 TV를 통해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TV 옆에는 방 중사가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김포=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고(故) 방일민 중사의 아버지 방광혁 씨(58)는 20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군과 천안함 46용사 비석건립을 상의하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가 오후에는 유가족 회의 때문에 평택을 다녀왔다. 이날 경기 김포시 양촌면 자택에서 만난 방 씨는 “공식 조사 발표가 나왔음에도 ‘자작극’ 운운하는 북한의 반응에 너무나 화가 난다”며 “사전에 우리 군이 북한 잠수정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도 참담하고 끝까지 잡아떼는 북한의 태도도 참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북한의 소행으로 예상했지만 어뢰까지 찾은 걸 보니 분노가 치민다”며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가족들은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자 악몽이 되살아나 다시 충격을 받았다. 고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로 드러나니 더 억울하고 아들이 보고 싶다”고 허탈해했다. 고 서대호 중사의 아버지 서영희 씨(54)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억울한 마음도 있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차마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 김경수 상사의 부인 윤미연 씨(30) 역시 “솔직히 이제 너무 지쳐 조사 발표를 보고 있을 힘도 없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TV를 켜지도 않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고 이창기 원사의 형 이성기 씨(45)는 “어떻게 해군 함대가 북한의 공격을 미리 감지하지 못할 수가 있느냐. 해군의 탐지 장비 등을 첨단화해 북한의 도발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2)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부가 나서서 자세히 조사한 것 같다”며 “심정 같아서는 북한에 올라가 사건을 일으킨 자들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앞으로 대통령 담화도 남아 있으니 차분히 정부 대처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생존자들도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 생존자 중 유일한 전역자인 전준영 예비역 병장(23)은 “결과 발표를 보는 내내 북한에 대해 분노가 치밀었다”며 “애초에 우리 배를 공격할 수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었는데 발표가 늦춰진 건 아닌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 내내 먼저 간 전우들을 생각했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전사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유가족 중 일부는 경기 평택의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 해군콘도에 모여 가족들의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형준 천안함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23일 서울에서 합조단이 천안함 유가족들을 위한 브리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초기 대응과 구조 과정에 대해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