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감염 바이러스 전파력 소의 3000배… 급속 확산
강화지역 농장 대부분 도살… 행락객 방문자제 요청
정부가 이례적으로 긴급하게 예방적 도살처분 범위를 확대하고 가축질병 관련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한 것은 이번 구제역의 확산 속도가 올 1월보다 훨씬 빠른 데다 돼지에게서도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돼지에게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올 1월 구제역은 경기 포천시 창수면의 한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뒤 열흘이 지나서야 2차 발생이 있었다. 하지만 8일 인천 강화군 선원면 A 씨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번 구제역은 이튿날인 9일에 3곳, 10일에는 1곳의 농장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 돼지 감염으로 비상
3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강화군 불은면의 돼지농장은 A 씨의 농장에서 3.5km가량 떨어져 있다. 700m∼1.8km 떨어진 다른 3곳의 발생 농장과 달리 멀리 떨어져 있고 위험지역(발생지역에서부터 반경 3km)마저 넘어선 곳이다. 이 농가에서는 이미 30여 마리의 돼지가 구제역 양성 확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폐사했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계지역(반경 3∼10km)까지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보다 최대 3000배 높은 돼지 농가가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됨에 따라 주변 지역에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상황에서 A 씨 농장을 시작으로 속속 양성반응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A 씨 농장과 다른 4곳의 발생 농장 사이의 역학관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반경 3km로 도살처분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강화도 농장 대부분이 예방적 도살처분 조치를 받게 됐다. 지금까지 도살 대상은 총 211개 농가, 2만6000여 마리로 이는 2000년(2216마리), 올 1월의 도살 처분 가축(5956마리)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16건의 구제역 중 15건이 돼지에게서 발생했던 2002년에는 모두 16만155마리의 우제류가 도살처분됐다.
○ ‘강화도 안에서 막아라’
정부는 일단 강화도 바깥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화도와 육지를 잇는 2개의 다리에서 강도 높은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타 지역 사람들의 강화도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축산기관 및 산악, 낚시, 관광 관련 단체에 ‘강화도 여행을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각 방송사에 이 같은 내용의 자막을 화면에 띄워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강화도를 오가는 인구가 많아 정부의 방역조치가 있기 전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미 육지로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이 강화도와 맞닿아 있는 경기 김포 지역에 대한 예방적 방역활동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화도 지역 대부분에서 도살처분이 이뤄지고 있어 (강화도에서의) 추가 신고는 없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가) 육지로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다른 지역의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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