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제복이 존경받는 사회]‘사상자 통지’의 세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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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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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로편지 들고 직접 방문
천안함 가족은 “뉴스로 알아”

창을 통해 정복을 입고 다가오는 장교를 보고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직감한다. 많은 영화에서 보듯 미군 아들을 둔 부모라면 장교가 방문하는 의미를 알아차린다.

미 육군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가족에게 알리고 대응해야 하는지 꼼꼼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사건 발생 12시간 이내에 초기 보고서를 작성해 ‘사상자 지원센터’에 보고하고 사상자별로 이를 가족에게 알릴 ‘사상자 통지 장교(CNO)’를 지정한다. 이 장교는 4시간 안에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 전화가 아니라 직접 방문해야 한다.

미군은 가족에게 통보한 뒤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담당 장교는 가족이 충격으로 쓰러질 경우를 대비해 인근 병원 응급실 연락처를 숙지하고 간다. 장례절차나 가족지원 업무를 담당할 ‘사상자 지원 장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문 당시 가족의 반응 등을 상세히 보고한다. 가족을 위한 정중한 위로편지도 있다. 편지에는 “고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었다”는 등 지휘관이 기억하는 고인의 성실한 복무태도, 인간적인 관심도 드러나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두 번 상처를 입었다. 실종자 서대호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 씨는 “TV 뉴스를 보고 천안함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며 “어떻게 부모에게 전화 한 통 안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가족은 “군에서 집에 찾아오긴 했는데 아들이 천안함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잘못 알려줘 충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미군과 달리 우리 군은 사망자 통보 방식과 관련해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국방부는 “군대 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헌병대가 수사한 뒤 각급 부대 인사 담당이 유가족에게 통보한다. 사망자 통보는 통상 유선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군과 미군은 장례 절차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미군은 복무 중 사망하면 계급과 관계없이 악대와 의장대를 동원해 장엄한 장례를 치른다. 그러나 우리는 장병이 사망하면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쉬쉬’하며 조용히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인의 명예를 위한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성조기 배경’의 자긍심▼
미군, 입대때 사진 찍어 보관
‘단순 증명사진’ 한국과 대조


미군 장병은 입대할 때 대부분 성조기 앞에서 정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인사기록에 보관한다(사진). 장교든 사병이든 거의 같은 양식이다. 사진은 좋은 일에도 쓰이지만 군 복무 중 사망 부상 등의 불상사가 생길 경우 언론에 공개될 때가 있다. 이때 가족과 지인들이 그 군인의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면서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공보실 관계자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복, 전투복, 근무복 가운데 하나를 입은 사진을 찍어 인사기록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사기록카드의 군인 사진은 대부분 증명사진처럼 딱딱하고 단순한 사진이 고작이다. 태극기나 군을 상징할 수 있는 배경이나 이미지 없이 얼굴만 찍은 것이다.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는 “외부에서 찍은 사진을 자유롭게 제출할 수는 있으나 미국처럼 촬영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군인들도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찍어 자긍심을 높이는 등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와 태극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하고,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도 자랑스럽고 든든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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