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애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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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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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의식해 지역축제 취소-축소TV연예프로 결방… 회식-음주가무 줄어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46명의 실종자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한주호 준위가 순직하고 9명이 탄 쌍끌이 어선 98금양호의 침몰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축제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 축소했다.》국립서울현충원은 12∼17일 열 예정이던 ‘수양벚꽃과 함께하는 열린 현충원 행사’를 취소했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시는 지난달 30일 7080콘서트를 이미 취소한 가운데 10일로 예정된 제13회 평택가요제를 무기 연기했다. 인천시도 이달 1억8000만 원을 들여 인천대공원에서 치르려던 제14회 인천대공원 벚꽃축제 행사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경남 진해시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군항제 기간에 국제군악의장페스티벌과 함께 개막식 불꽃 축포와 군함 공개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는 등 행사 상당 부분을 축소했다.

기업 행사 등 각종 이벤트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이벤트 대행 전문업체인 ㈜웨일즈커뮤니케이션의 장승환 실장(39)은 “기업 체육대회 2개가 취소되는 등 최근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직장 회식 분위기도 달라졌다. CJ제일제당 배수정 과장은 “회사에서 별다른 지시가 내려오진 않았지만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자는 차원에서 부서 자체적으로 회식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무원들은 음주를 자제하고 골프를 취소하는 등 더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청 김모 씨(43)는 “회식 이야기는 아무도 안 꺼내는 분위기”라며 “음주가무는 물론이고 몸가짐에 다들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모 씨(24·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은 회식이 몰리는 날인데 확연히 손님이 적었다”며 “천안함 사건의 여파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 씨는 “3일 공무원과 함께 골프를 칠 예정이었으나 이날 한 준위 영결식이 있고 각별히 조심하는 분위기 때문에 공무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골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골프장 예약대행업체 대표는 “평소 주말에는 50여 건을 예약해줬는데 3, 4일에는 11건에 불과했다”며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포함된 골프 예약 6건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골프 약속을 취소한 한 공무원은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모두 자중하는 분위기인데 구설에 오르기 싫어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방송계도 웃기고 떠드는 내용의 코미디 연예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않았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1박2일’ ‘세바퀴’ 등 주말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고 프로그램 부활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MBC 편성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 방영을 자제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정상적으로 편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은 슬픈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송인 김C(39)는 4일 트위터를 통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스포츠도 되고, 드라마도 되고, 예능은 안 되고, 웃지 말라는 뜻인가”라며 방송 3사의 편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용기 있는 의견이다’ ‘별걸 다 가지고 그런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동영상 = 故 한주호 준위의 ‘외길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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