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4단계 질문’하세요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대화를 나눌 때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단 상대방에게 질문을 많이 하라”는 말을 남겼다. 대화는 ‘질문’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소통을 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질문은 꾸준한 연습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살펴보자.

독일의 어느 마을에 쥐 떼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쥐 때문에 음식과 농사를 망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피리를 불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사람들은 쥐 떼를 없애주면 큰돈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사나이는 피리를 불어 쥐 떼를 강물로 유인해 사라지게 만들었다.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으나 마을 사람들은 사나이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나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다시 피리를 불어 마을의 모든 어린아이를 이끌고 사라져버렸다.

이 동화를 읽고 아이들은 대부분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독서 감상문을 쓸 것이다. 수동적인 책 읽기를 벗어나 다음의 4가지 질문 기법을 활용해 독후 활동을 해보자.
(1단계)사실적 질문: 마을 사람들은 사나이와 어떤 약속을 했을까요?

⇒ 쥐 떼를 없애주면 큰돈을 주겠다고 했다.

(2 단계)사색적 질문: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 미지의 섬으로 가서 약속을 잘 지키는 어린이 나라를 만들 것이다.

⇒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두었다가 어른들이 약속을 지 키면 모두 보내 준다.

(3단계)평가적 질문: 마을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어린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피리 부는 사나이의 행동은 옳은 행동일까요? 옳지 않은 행동일까요?

⇒ 옳은 행동이다. 마을에 가장 큰 문제는 쥐 떼였다. 어려 운 문제를 해결해 준 사나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마을 사람들의 잘못이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사나이의 행동은 옳다.

⇒ 옳지 못하다. 사나이와 약속을 한 사람은 마을 어른들 이다.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사나이를 따라갔다. 죄 없는 아이들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이 벌 을 받아야 마땅하다.

(4단계)해석적 질문: 마을 사람들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까요?

⇒ 매우 쉽게 쥐 떼를 없애니 돈을 주는 것이 아까워서

⇒ 조그마한 마을이라서 돈이 없어서

⇒ 사나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갈지 몰라서
책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부터 2개 이상의 답이 있는 수준까지 단계별로 질문이 제시돼 있다. 4단계 질문 기법을 바탕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보자. 책의 내용 파악은 물론이고 뒷이야기에 대한 상상과 주인공에 대한 가치 판단에 이르기까지 아이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책을 읽고 단계를 밟아가며 질문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작가와 능동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주어진 주제를 그저 외우는 수동적인 인간이 아닌 스스로 질문을 찾고 해결하는 능동적인 인간을 만들기 위해 ‘질문’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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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한솔교육 주니어플라톤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