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천안함, 천안 불우학생 10년간 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승조원 ‘천안함’ 후원명으로
2명에 학비 등 600만원 후원

해군 천안함 승조원들이 10년 가까이 천안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원들은 푼푼이 돈을 모아 ‘천안함’이라는 후원명으로 충남 천안에 사는 학생 2명에게 600여만 원을 학비와 생활비로 지원했다.

1일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천안함 승조원들이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이들은 ‘천안함’의 이름에 맞게 천안지역 아이들을 돕기로 하고 당시 고등학교 3학년생이던 이모 군(27)에게 1년 동안 100여만 원을 지원했다.

이어 부모님의 연이은 죽음 이후 할머니와 함께 어려운 삶을 이어나가던 당시 초등학교 5학년생이던 이모 양(19)을 새로이 만난 승조원들은 2002년부터 8년 동안 500여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승조원들은 후원금만 전달했던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 양의 성장을 도왔다. 2004년 이 양과 그의 오빠 정환 군(22)을 천안함으로 초대해 직접 배를 안내하고 선상에서 식사를 나누는가 하면 2006년에는 승조원들이 이 양의 집을 직접 방문해 형편을 살피기도 했다. 이 양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승조원들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다. “절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천안함 승조원들과 이 양은 그렇게 8년여 동안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달 22일 천안의 한 반도체 생산업체에 직장을 구한 이 양은 자신의 취업 사실을 승조원들에게 알리기도 전에 침몰 사고 소식을 받아들고는 망연자실했다. 이 양의 고모인 이모 씨(56)는 “뉴스를 보다 천안함 사고 뉴스를 알려줬더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더라고요. 세수를 하고 나서도 ‘정말 사실이냐’고 자꾸 물었어요. 앞으로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