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구조요원들 헌신적… 軍 지원은 너무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실종자가족협의회 구성
軍에 3대 요구사항 전달

① 끝까지 최선 다해 구조를
② 구조과정 자료 모두 공개
③ 질의-응답시간 마련해야

제발…  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가족 대표 1명씩으로 
구성된 실종자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한 실종자 가족이 애타게 기도하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제발… 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가족 대표 1명씩으로 구성된 실종자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한 실종자 가족이 애타게 기도하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사고 6일째인 31일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보다 한층 차분해진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실종자들의 생환과 조속한 선체 인양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한 분위기였다.

천안함 실종자 46명의 가족대표로 구성된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가 31일 발족했다. 이들은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예비군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고 정부에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합류한 백령도 현장 참관단과 함께 46명의 가족협의회를 구성했다. 실종자 가족별로 한 명씩 대표를 뽑았고 이 가운데 30여 명이 기자회견 단상에 섰다. 취재진 앞에서 각 실종자의 이름을 적은 명함을 단 가족 대표들은 참담해하는 표정이었다.

협의회는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전날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한주호 준위(53)에 대한 묵념을 한 뒤 세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실종자 전원을 위해 마지막 한 명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해줄 것 △현재까지 구조작업 과정에서 나온 모든 자료 공개 △의혹 해소를 위해 실종자 가족들과 군 측의 질의응답 시간 마련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가족들은 그동안 구조작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된다며 신속한 구조작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또 구조작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없어 답답해했다. 구조작업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밖에 항간에 떠도는 각종 의혹의 진위도 궁금해하고 있다. ‘사고 시간이 국방부 발표와 다르다’, ‘북한군 어뢰로 인한 침몰이 확실하다’는 등 군의 발표와 다른 의혹들이 가족들 사이에서 제기된 실정이다. 이런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가족들과 군의 직접적인 대화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협의회는 이에 덧붙여 “백령도를 둘러본 가족들이 현지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고 전했다”며 “감압체임버가 부족해 구조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종자가족협의회 대변인 이정국 씨(실종자 최정환 중사 매형)도 “구조요원들은 헌신적인데 구조를 위한 해군의 지원이 전무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가족 대표들은 “백령도를 떠나기 전에 군 측에 감압체임버를 더 구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미군 측과 협의가 돼서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천막 철거 사건과 관련해서는 “해군 관계자에게서 ‘천막이 분향소가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군본부 공보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인했다.

가족 대표들은 언론에도 추측 보도 및 확인하지 않은 사항에 대한 보도로 가족의 비통함을 부추기고 있다며 “비인도적인 취재 행위를 하지 말고 실종자 가족, 특히 연로하신 가족들에게 무리한 취재 요구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날 오후 8시경 모 방송사가 실종자 시신 4구를 발견했다고 보도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시신 발견 소식이 오보로 밝혀지자 안심하면서도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흥분하기도 했다.

가족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마칠 즈음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일부 가족은 오열했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제가 대신 죽겠습니다. 제발 우리 아들 살려 주세요”라고 절규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평택=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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