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건설사 2년 넘게 미루고 울산시는 행정조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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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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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신정동 올림푸스 골든 아파트 뒤 도로. 도로 확장공사가 3년째 지연되면서 비만 오면 흙탕길로 변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울산 남구 신정동 올림푸스 골든 아파트 뒤 도로. 도로 확장공사가 3년째 지연되면서 비만 오면 흙탕길로 변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맑은 날은 먼지, 비 오는 날은 흙탕물 때문에 통행이 어렵습니다.” 16일 오전 울산 남구 신정동 올림푸스 골든 아파트 뒤 도로. 왕복 2차로인 도로 곳곳에는 전날 내린 비로 물이 고여 있었다. 행인들은 차량의 ‘흙탕물 세례’를 피하기에 바빴다.

○ 건설사 보증보험 대집행도 안해

폭 6∼8m인 올림푸스 골든 아파트 주변 도로(총길이 1010m)를 폭 20m로 확장하는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7년 7월. 서울에 본사를 둔 월드건설㈜이 올림푸스 골든 아파트 인근에 아파트 400여 채를 짓는 조건으로 아파트 완공시점인 2008년 7월까지 확장공사를 완료해 울산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얼마 뒤 도로를 8m나 줄여 12m로 개설하도록 변경해줬다. “교통량이 많지 않고 건설사 단독으로 20m까지 확장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월드건설 주장을 받아들인 것. 게다가 도로 완공 시점도 6개월 연기해줬다.

시는 이후 아파트 공사를 마친 건설사가 도로를 개설하지 않았지만 또다시 수차례 연기를 해주고는 행정조치를 외면했다. 월드건설이 기한 내에 도로 확장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입한 30억 원 상당의 보증보험에 대해서도 대집행을 하지 않아 특혜의혹을 샀다. 시가 도로 확장 공사를 연기해주는 사이 월드건설이 지난해 3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도로 개설 공사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현재 확장 대상 구간 가운데 340m는 확장을 했으나 포장이 되지 않아 맑은 날은 먼지가 날리고 비가 내리면 흙탕길로 변하고 있다.

○ 市 “이달까지 개설 촉구 공문 보내”

이 도로 주변 주민들은 “울산시와 남구청이 건설사를 봐주는 바람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주민 불만은 도로 양옆으로 설치된 인도. 주민들은 “왕복 2차로인 도로 한쪽에만 인도를 설치하고 한쪽에는 주차를 허용하면 차량 통행에 불편 없이 주차난도 해소할 수 있다”며 시와 남구청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쪽 인도 때문에 도로 폭이 확장 공사 이전처럼 좁아진 데다 불법 주차 차량으로 출퇴근 시간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진다는 것. 주민들은 또 “월드건설이 가입해둔 보증보험금을 대집행해 시가 책임지고 확장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그동안 “도로 시행 인가를 구청에서 했다”며 화살을 돌렸고, 남구청은 “아파트 허가 조건으로 시가 도로 확장을 지시한 것”이라고 맞섰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도로를 개설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월드건설에 보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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