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늦어지며 빈집 늘어 ‘우범지대’로

  • Array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제2 김길태 막아라” 재개발지역 방범진단 동행 취재
가로등 없어 컴컴, 순찰 없어 흉흉

재개발지역 방범진단에 나선 경찰이 16일 서울 동작구 사당2동 58 부근의 빈집들을 둘러보고 있다. 인적을 찾기 힘든 이곳에는 주민 10여 명만이 살고 있었다. 사진 제공 동작경찰서
재개발지역 방범진단에 나선 경찰이 16일 서울 동작구 사당2동 58 부근의 빈집들을 둘러보고 있다. 인적을 찾기 힘든 이곳에는 주민 10여 명만이 살고 있었다. 사진 제공 동작경찰서
“그나마 낮에는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밤이 되면 이곳은 그야말로 죽은 곳이죠.”

재개발지역 방범진단에 나선 경찰과 동행해 16일 찾은 서울 동작구 사당2동 58 인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3)는 이렇게 말했다.

주인을 잃은 빈집들의 깨진 유리창 사이로는 찬바람만 드나들고 있었다. 마당은 연탄, 비닐조각, 버려진 가구 등이 뒤엉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김 씨는 “애들이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빈집에서 불을 피우는 일이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라면서 “며칠 전에도 빈집 옥상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올라가 어울려 놀고 있어 쫓아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건축지역인 서울 관악구 신림8동 구로디지털단지 역 근처 강남아파트 단지도 외딴섬처럼 적막했다. 한 할머니는 혀를 차며 황급히 단지를 지나갔다. “여기 사람들 거의 안 살아. 가끔 도둑도 들고. 지나갈 때마다 을씨년스러워 죽겠어.” 강남아파트는 2006년 1월 12일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 12월 1일에 사업인가가 났지만 시공사가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로 주민들은 떠났으나 3년여 전 그대로다.

김길태 씨(33)와 김 씨에게 살해당한 이유리 (13)양이 살던 곳은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지역. 재개발·재건축지역 가운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빈집만 느는 가운데 치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우범지역으로 변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재개발지역에는 제대로 된 가로등도 없고 경찰 순찰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재개발 현장 공·폐가 밀집지역 특별 방범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경찰은 공·폐가 일제 수색을 벌이는 한편 폐쇄회로(CC)TV 등 방범 설비를 보강할 예정이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