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軍의문사 ‘허일병 사건’ 법원 26년 만에 “타살”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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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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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간부들이 자살로 위장”
유족에 9억 배상 판결

1984년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다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돼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으로 꼽혔던 ‘허원근 일병(사진) 사망 사건’이 타살에 의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김흥준)는 3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허 일병의 부모와 형제들에게 9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허 일병의 시신에 대한 법의학적 소견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수사 자료 등을 토대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결과 소속부대 군인이 허 일병을 타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살해 경위에 대해선 “당시 중대본부에 있던 누군가가 허 일병에게 총을 발사했거나 총을 왼손으로 붙잡고 머리에 대고 있던 상태에서 허 일병의 의사와 관계없이 총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고 당일 허 일병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고 당시 대대장과 보안사 간부 등은 자살로 위장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대원들은 사망 흔적을 지우기 위해 물청소를 하고 이미 숨진 허 일병의 가슴에 두 차례에 걸쳐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이 내려진 직후 허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 씨(70)는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행복하고 웃음 많던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자식이 살아야 산 거지, 아들이 죽고 없는데 반쪽짜리 분이 풀린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군 당국은 자살로 결론지었으나, 의문사진상규명위는 2002년 “허 일병은 타살됐고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허 일병이 업무 부담으로 자살했으며 의문사위 조사 결과는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여 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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