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인도 때문에 보행환경이 좋지 않은 순라길 일대(왼쪽)는 모든 건물이 한옥으로 지어지고 걷기 편하도록 길이 넓게 정비될 예정이다. 오른쪽 사진은 피맛골의 정비 후 예상도다. 사진 제공 서울시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서 순라길과 피맛골을 거쳐 종로로 이어지는 돈화문로 일대가 역사문화거리로 재탄생한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종로구 권농동 와룡동 묘동 봉익동 등 돈화문로 일대 14만7860m²(약 4만4806평)에 대한 ‘돈화문로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변경결정안’을 통과시켰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돈화문로 건물 1층에는 일반음식점 허가를 내주지 않고 고미술점과 공예품점, 국악기점, 전통공연장, 전시장 등을 전체 연면적의 20%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돈화문로의 역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 규정을 지키는 건축주에게는 건폐율을 20%포인트까지 높여주기로 했다.
또 종묘 담장을 따라 나 있는 순라길은 한옥상가거리로 특화된다. 앞으로 이 일대에서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반드시 한옥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 대신 건폐율을 20%포인트까지 높여주고 용도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가 마련됨에 따라 한옥 신축 및 개·보수 비용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피맛골은 옛길의 모습과 특성이 유지되는 다양한 용도 및 활력 있는 거리로 되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시는 길에 활력을 주기 위해 모든 건물의 출입구가 길을 향해 설치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이 계획을 수용하는 건축주에게는 건폐율을 10%포인트 높여주기로 했다.
돈화문로 일대서는 최대 개발 규모가 330m²(약 100평)로 정해졌다. 용적률은 600% 이하, 최고 층수는 2∼5층으로 각각 제한된다. 건폐율은 구간별로 60∼70%가 적용되지만 시가 제시한 강제 규정을 수용하면 10∼30%포인트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2004년 이 일대에 대한 정비계획을 마련했으나 역사성을 살리는 데 부족했다”며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번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돈화문로는 왕이 행차하던 도로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창덕궁 사이에 자리 잡아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역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관리과장은 “돈화문로를 특성에 맞게 정비해 역사·문화거리로 조성하고 한옥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등 공공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재정비가 끝나면 서울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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