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절반이 휴지처럼… ‘날벼락’ 온천관광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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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관광버스 추락 참사

30여m 언덕서 수차례 굴러
곳곳에 피묻은 소지품 참혹
차량 결함 등 다각도 수사

친목관광길이 결국 마지막 길이 됐다. 16일 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 관광버스 전복 사고를 당한 노인들은 모두 경북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에 사는 한동네 이웃이었다. 같은 경로당에 다니던 이들은 1만 원씩 회비를 걷어 이날 울산 가지산온천으로 나들이를 다녀오다 집을 코앞에 두고 참변을 당했다.

○참혹한 사고 현장

왕복 2차로의 고갯길을 내려가던 사고 버스는 도로 아래 30여 m를 여러 차례 구른 것으로 추정된다. 차체 지붕이 내려앉아 절반 높이로 찌그러들었고 앞뒤 범퍼와 좌석이 사고 현장 주변에 나뒹굴었다. 또 피 묻은 지갑과 옷가지, 지팡이 등 피해자들의 소지품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구르는 버스에 부딪힌 나무 일곱 그루가 뿌리째 뽑혀 사고 당시의 충격 강도를 짐작하게 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한 119 구조대원은 “도착했을 때 버스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고 노인 서너 명은 밖으로 튕겨 나와 가느다란 신음만 내고 있었다”며 “버스가 심하게 찌그러지고 의자가 파손돼 구조작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 경찰과 119 구조대는 200여 명의 구조 인력과 구급차 25대, 펌프차량 등 중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차량 파손 상태가 심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는 절단기로 버스 차체를 뜯어낸 뒤에야 부상자를 구조했다. 파손이 심한 차량 뒤편의 부상자 한 명을 구조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노인들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간 점으로 볼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노인들이 많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 결함, 운전미숙 여부 수사

경찰은 사고 직후 버스 운전사 권모 씨(56)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기어 변속이 제대로 안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사고 차량의 이상 여부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도로가 경사가 40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데다 꼬불꼬불한 커브길로 평소에도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많이 난다는 점을 감안해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고 지점에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타이어 자국(스키드마크)이 남아 있어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17일 새벽 사고 전문 요원과 도로교통 공학박사 등이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좀 더 면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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