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조 힘은 파업아닌 국민지지서 나와”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민노총 탈퇴 투표’ 이끄는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위원장

“민노총 간부 권력 강해 내부변화 불가능
정치투쟁-좌파이념 운동 모두 거부할 것”

홍진환 기자
홍진환 기자
인터뷰 시작 전 정 위원장은 게시판에 걸린 ‘조합원 총투표’ 공고문을 가리켰다. 투표안건은 2009년도 임단협 타결안 인준과 민주노총 탈퇴 여부 등 2건. 15∼17일 실시되는 이번 투표에서는 880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50% 이상 참가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2건 모두 가결된다. 민주노총 출범을 주도했고, 강성노조의 상징이던 서울메트로 노조는 이달 4일 5년 연속 ‘무분규’로 사측과 임단협을 타결한 바 있다.

▶본보 5일자 A8면 참조
서울메트로 5년연속 무분규 타결… 민노총 탈퇴여부 투표 계획

이미 올해 초 취임할 때부터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한 공공부문 노조를 엮어 제3노총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정 위원장은 이날도 확고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대정부 정치 투쟁, 좌파이념 운동과 정치권에만 의존하는 한국노총을 모두 거부하겠다”며 “국민이 그들에게 실망하며 등을 돌린 만큼 우리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새 노동운동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노동운동에 대해 “‘우리 집’에 대한 주인 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을 임금과 매개된 ‘상품’으로만 여기다 보니 노동과 자본이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 정 위원장은 “상품의 대가만 요구했지 ‘내가 사는 집(기업)이 얼마나 건실한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이 경영 성과를 높이는 데 노동 진영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최고경영자(CEO)만 경영에 매진하고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함께 성과 달성에 이바지해야 ‘우리 집’이 튼튼해질 것 아니냐”며 “제3노총은 이런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내에서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 위원장은 “집행부 간부들이 누리는 권력이 너무나 강력해 밑에서 바꿔나가기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철도노조 등의 파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이런 경직성으로 기업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잃었다고 판단한 국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얻는 노동운동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후진적인 노사관계는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7월까지 다시 유예된 복수노조 시행에 대해서도 “복수노조가 바로 시행됐으면 제3노총에 동참하는 노동자들이 훨씬 늘어났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집행부가 조합원을 계몽하고, 종속적인 관계를 맺는 노조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노조도 조합원들에게 ‘서비스 경쟁’을 하고 조합원이 노조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같은 거대 노조는 조합비에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대응하면 되지만 영세 노조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철도노조 등 다른 공기업 노조에 대해서도 “정부와 대립하면서 노조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여긴다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조합원들도 정부 정책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겠지만 극단적인 투쟁으로는 해결할 수도 없고, 국민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가 얼마나 변화했고, 변화할 수 있는지 국민 앞에 먼저 보여주는 게 순서”라고 역설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