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높아진 위상 반영” 환영… 유림 “퇴폐풍조 만연할 것”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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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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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헌법재판소는 26일 혼인빙자간음죄로 징역형을 받은 임모 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원대연 기자
재판헌법재판소는 26일 혼인빙자간음죄로 징역형을 받은 임모 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원대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26일 혼인빙자간음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사회 각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극명히 엇갈렸다. 여성계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환영한 반면 유림(儒林)은 “이번 결정으로 여성을 보호할 장치가 사라졌고 사회적 혼란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인 한국여성민우회의 이임혜경 성폭력상담소장은 이날 “여성의 정조를 보호한다는 명분의 혼인빙자간음죄는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할 뿐 아니라 주체적인 성적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위헌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존속을 주장해 온 보수 여성단체들도 입장을 선회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김정숙 여성단체협의회장은 “혼인빙자간음죄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지만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만큼 이번 결정은 시대 변화에 부응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림단체들은 이날 위헌 결정으로 퇴폐풍조 만연 등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림단체인 담수회 전홍식 사무처장은 “한국사회가 향후 성문화로 혼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성균관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일절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장이 접수되는 경우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어 헌재 결정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의견이다.

결혼사기 등의 피해자가 주로 여성인 만큼 여성을 보호할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소현 가정법률상담소 위원은 “피해 여성에 대해 상담이나 민사소송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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