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내신 7∼9%였지만 수학 특기 하나로 민사고 좁은 문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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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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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가 2010학년도 합격자를 18일 발표했다. 합격자는 159명. 그중 61%가량인 98명은 올해 처음 실시된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됐다. 민사고의 입학사정관전형은 서류심사와 인성면접 두 단계로 진행됐다. 인성면접에선 △자신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인지 △민사고 진학 후 전교 꼴찌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자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영어단어는 무엇인지 등을 묻는 비교적 평이한 문제가 나왔다. 한편 민사고 영재전형은 예년처럼 서류심사, 영재판별검사, 면접으로 진행됐다. 영재판별검사엔 사회, 과학 문제만 나왔고, 면접은 교과지식을 묻는 전문성 면접이 실시됐다. 올해 입학사정관전형과 영재전형으로 각각 민사고 입시의 ‘좁은 문’을 뚫은 이병학 군(경기 안양시 범계중 3)과 오승민 군(경기 안산시 초지중 3)을 통해 합격비결을 살펴본다.》

올 첫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가 사실상 당락 좌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이병학 군]
“특기 하나로 뚫었다”

“학교 내신 성적은 썩 좋지 않아요. 중학교 2, 3학년 땐 상위 7∼9%대를 유지했지만 1학년 땐 14%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죠. 민사고 합격생 내신 평균이 상위 3%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죠. 토플 점수도 105점으로 올해 합격생 평균(110.82점)에 못 미쳐요.”

이 군은 학교 내신, 영어실력의 열세를 자신의 강점인 수학으로 극복했다. 이 군은 초등 저학년부터 수학에 흥미를 가졌고, 고학년 땐 본격적으로 교내외 경시대회에 출전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 결과 중2 때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교육 대상자로 선발됐고, 중3 땐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 2차 모두 금상을 수상했다. 민사고 수학경시대회에서도 1급(금상)을 땄다.

이 군이 이렇게 수학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건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했기 때문. 문제를 풀 땐 ‘더 독창적으로 푸는 방법은 없을까?’ ‘원 위에 여러 점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구에 여러 점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도 있지 않을까?’처럼 새로운 방식의 풀이법을 연구했다.

이 군은 자기소개서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수학’을 키워드로 자신을 서술했다. 수학과 관련된 각종 대회와 캠프에 참여했던 경험, 그 경험을 통해 배운 점, 수학적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경제학자가 되겠다는 꿈, 입학 후 학습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 군이 처음 민사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학년 2학기 때. 민사고에 합격한 중학교 선배를 만나면서부터다. 목표가 생긴 이 군은 부족한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중간·기말고사 한 달 전부터 시험공부를 했다. 암기과목은 노트에 요약 정리한 뒤 외우고, 주요 과목은 자기가 직접 시험에 출제될 만한 문제를 만들어 풀었다.

이 군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했던 건 수학이라는 경쟁력 덕분인 것 같다”면서 “각종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지 못하고 학교 내신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재전형으로 합격한 오승민 군]
“서류+영재판별+면접 3박자 고루 갖췄다”

오승민 군은 중학 3년 동안 상위 3%대의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토플 점수는 105점, 민사고 수학경시대회와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적은 각각 2급과 4급이다. 자기소개서는 ‘민족의 리더’란 키워드에 맞춰 작성했다. 1학년 때 학급 반장, 2학년 때 봉사 동아리 회장, 3학년 때 전교 부회장 등의 직책을 맡았던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봉사, 농구 동아리 등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학업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오 군은 중1 때부터 사회, 수학, 과학 교양서적을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읽었다. 독서로 쌓은 풍부한 배경지식은 학교 중간·기말고사 시험은 물론이고 영재판별검사 대비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오 군의 설명.

“과학은 ‘코스모스’ ‘스티븐 호킹-과학의 일생’처럼 기본 원리나 과학의 근간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주로 읽었어요. 화학자 물리학자의 위인전도 많이 읽었고요. 사회의 경우엔 ‘먼나라 이웃나라’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즐겨 읽었어요.” 오 군은 “영재판별검사나 면접에선 알고 있는 지식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경험과 생각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면서 “평소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수학문제를 풀고, 매일 신문을 읽고 스크랩한 습관이 최종 관문까지 통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생활부… 인증시험 성적… 수상실적… 교내외 활동… 모든 서류를 챙겨라

민사고에 지원할 수험생이라면 올해 입시에 영향을 미친 ‘돌발변수’에 주목해야 한다. 2010학년도 민사고 지원자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과학고,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중 한 곳만 지원 가능한 이른바 ‘이중지원 금지’ 때문이다.

민사고는 원서접수 전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자들의 상담 신청을 받고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외 활동, 수상실적 등을 종합 검토해 ‘입학사정관제 지원 바람’ ‘서류합격 가능성 높음’ ‘영재전형 지원 바람’이란 상담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민사고 합격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학생, 학부모는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지원전략을 바꿨다.

오성공 영재사관학원 민사고입시총괄 부원장은 “올해 입시에선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많아 사실상 서류심사에서 당락이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서류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므로 민사고를 목표로 한 학생이라면 생활기록부, 국어·영어·수학인증시험 성적, 수상실적, 교내외 활동 등의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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