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4만 청사가 1000만 서울과 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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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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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 부른 ‘호화청사’
○ 성남시청 - 시장실 크기도 ‘장관급’… “기준 거의 지켰다” 주장
○ 다른 지자체는 - 용인시청-전북도청도 외벽 호화장식등 구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호화청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필요 이상의 대규모 청사 건립 등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으로, 이를 위반한 지자체에는 재정 삭감 등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 인구 더 많은 지자체보다 호화

문제가 된 성남시 청사는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총건축면적 7만5611m²(약 2만2900평) 규모다. 이 가운데 시장 등 공무원들이 쓰는 행정청사는 4만5325m²(약 1만3700평), 의회가 8257m²(약 2500평) 정도다. 당초 1400억 원대였던 건축비는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16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 매입비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도 33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1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 신청사 규모는 9만7000m²(약 2만9300평). 총건축면적을 놓고 볼 때 성남시 청사는 서울시 청사의 78% 크기다. 행정청사 크기만 놓고 비교해 봐도 성남시 청사는 서울시 청사의 46%에 해당한다. 성남시 인구는 2009년 현재 서울 인구(1000만 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4만 명에 불과하다.

○ 시장실 규모 규정없어

성남시장실은 집무실과 접견실, 비서실 등을 합친 규모가 282m²(약 85평). 행정안전부 지방청사 설계표준면적 기준에 따르면 구청이 있는 대도시의 경우 ‘시장실’ 크기를 132m²(약 40평)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에는 시장실이 시장 개인 사무실만 인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서실이나 접견실까지 포함한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행안부 규정에 따르면 장관급 ‘사무실’의 경우 집무실과 접견실, 비서실을 포함해 165m²(약 50평)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성남시는 “규모는 크지만 호화로운 청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2020년 인구 130만 명 기준으로 짓다 보니 커졌다는 것. 그나마 의회와 주차장, 주민이용시설을 제외하면 행안부 기준을 거의 지켰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성남시 공무원 1명이 사용하는 사무공간 면적은 7.9m²(약 2.4평)로 행안부 기준 7.7m²(약 2.3평)와 비슷하다.

○ 호화청사 갖기 경쟁

호화청사의 ‘원조’로 통하는 곳은 경기 용인시청이다. 2005년 완공한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은 총건축면적이 7만9572m²(약 2만4000평) 규모다. 총 사업비는 1974억 원(건축비 1656억 원 포함). 성남시 청사와 비슷한 규모지만 시유지를 용지로 활용해 토지 매입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전북도는 2005년 6월 총건축면적 8만5316m²(약 2만5800평) 규모의 대형 청사를 지었다. 같은 해 문을 연 전남도도 7만9305m²(약 2만4000평)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했다. 강원 원주시, 경북 포항시, 서울 관악구도 2007년 나란히 800억∼900억 원대 신청사를 지어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된 지자체 청사를 하나같이 외벽을 대형 통유리로 장식하는 등 비슷한 형태로 짓는 것도 문제다. 용인시 관계자는 “조달을 통해 설계부터 공사까지 한번에 발주하는 턴키방식으로 청사를 짓다 보니 비슷한 청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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