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자치구 ‘희망근로’ 힘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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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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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의 자전거무료수리센터에서 기술자들이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서구
대구 서구의 자전거무료수리센터에서 기술자들이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서구
참여주민 전문기술 활용한 편의시설 운영 큰 호응
자전거 무료수리-목욕탕 보수 -교복제작 인기 높아


“부품을 새로 끼우고 칠을 하고 광택을 낸 뒤 새것처럼 바뀐 자전거를 이웃에게 전해줄 때 가슴이 뿌듯해지는 보람을 느낀답니다.”

10일 오후 3시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 자전거무료수리센터’. 고장 난 자전거가 널려 있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망치질을 하거나 부품을 맞춰 끼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리센터의 작업반장인 이유준 씨(59)는 수리가 막 끝난 자전거 한 대를 가리키며 “이 자전거는 처음 이곳에 가져왔을 때는 누가 봐도 폐기처분 대상으로 볼 정도로 형편이 없었는데 이젠 새것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헐렁한 브레이크를 죄고 구석구석 녹을 닦은 뒤 타이어에 바람을 넣으면 이렇게 된다”며 “근검하고 재활용하는 정신을 실천해서 참 좋다”고 덧붙였다.

이 수리센터는 올해 6월 문을 연 이후 그동안 22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서구 평리동 구청 건물 뒤 상가의 한 점포 32m²(약 10평)에서 자전거 수리기술이 있는 희망근로 참여자 4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오전 9시∼오후 6시) 일한다. 펑크나 바퀴살 고장 수리, 타이어 공기 주입 등 간단한 정비는 무료다. 부품을 교체할 필요가 있을 때는 원가로 제공한다. 이 수리센터는 서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부근 달서구 주민도 이용하고 있다. 이 수리센터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전거 수리 기술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부터 대구시가 이 같은 수리센터를 8개 구군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이색적인 희망근로 사업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사업은 희망근로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전문기술을 활용하는 게 특징. 달서구는 5일 상인종합사회복지관에 저소득층을 위한 공중목욕시설인 ‘희망목욕탕’을 개설했다. 1994년부터 운영된 이 복지관의 목욕탕은 시설이 낡아 지난해 폐쇄됐지만 부근 장애인과 홀몸노인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 내부시설을 전면 재시공해 새롭게 문을 연 것. 1억5000만 원이 투입된 희망목욕탕에는 휴게실과 엘리베이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 목욕탕 보수공사에는 희망근로사업 참여자 가운데 배관, 방수, 타일공사 등의 경험이 있는 기술자 10여 명이 참여했다. 4개월간 진행된 이 공사에 참여한 주민 김모 씨(45)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목욕탕 보수공사를 하면서 나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고 말했다.

남구도 봉재 기술이 뛰어난 주민 6명을 뽑아 ‘희망교복’을 만들고 있다. 남구 대명10동 주택가 식당을 개조해 만든 희망교복 제작소에는 6명의 희망근로사업 참여자가 고교 교복을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400여 벌을 제작했으며 연말까지 750여 벌을 만들어 남구지역 7개 고교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 대상 학생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가정의 자녀들이다. 이곳에서 작업 중인 송모 씨(65·여)는 “40여 년 동안 양장점을 운영하다 5년 전 운영난으로 가게를 닫은 뒤 구청에서 ‘옷 만드는 사람을 찾는다’고 해 참여했는데 내 손으로 만든 교복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난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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