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아동 이력세탁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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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등 신상정보 바뀌면 나중에 부모찾기 어려워
“부모 상봉 비율 2.7% 불과”… 국회 ‘특례법’ 공청회


“제가 태어난 날짜도, 태어난 곳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낳아준 어머니가 저를 낳자마자 버렸다는 것도, 아버지가 저를 보육원에 두고 간 뒤 ‘친부와 친모는 함께 살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는 것도 거짓이었습니다. 입양서류를 조작하는 것이 해외 입양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아십니까.”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제인 정 트렌카 씨(37)는 “‘아동이력세탁(child laundering)’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트렌카 씨는 “해외 입양인 중 상당수는 입양 당시 이미 호적이 있는데도 입양기관이 호적을 새로 만들어 양부모에게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아동의 신상정보가 사라져 입양인 중 가족을 상봉하는 비율이 2.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트렌카 씨의 경우 원래 입양기관이 처음 갖고 있던 서류에는 ‘아버지가 화가 나 아이를 던져서 아이의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부분이 있었지만 미국 양부모가 받은 서류에는 ‘건강한 아이, 양육 과정에 문제 없었음’으로 나와 있었다. 양부모에게 아이를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건강정보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트렌카 씨는 “입양기관들이 영어문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해외 입양인들이 천편일률적인 입양서류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입양기관이 아동 신상정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청회를 주최한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해외 입양인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국에 와서도 자신의 출생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서는 미혼모들이 정확한 양육정보를 얻지 못한 채 해외 입양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혼 양육모 모임인 ‘미스 맘마미아’의 최형숙 대표는 “입양기관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미혼모에게 입양만을 권하고 있다”며 “입양기관은 출산 전부터 친권포기서를 받는 것보다 어떻게 아기를 키울 수 있는지 양육정보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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