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나랏돈 도둑질 백태

  • 입력 2009년 9월 27일 0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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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가 예산과 보조금·공공기금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전국적으로 약 1000억원의 국가 예산과 보조금이 부정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랏돈을 사사로이 챙긴 '세금 도둑'의 면면을 살펴보니 대학교수와 군인 승려 시민활동가 농어민 등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27일 검찰이 발표한 사례들을 보면 군인들에게 먹일 군량미, 불우 이웃에게 지급될 지원금까지 개인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빼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용인에서는 양곡 도매업자와 현역 군인이 짜고 육군에 지급된 쌀 수천 가마를 '차떼기' 수법으로 트럭에 싣고 빼돌렸다.

육군 모 부대 K원사와 양곡 도매업자 안 모 씨는 서로 짜고 2005¤2007년 경기도 용인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군량미 3550가마를 빼내 팔았다. 5t 트럭으로 30대 분량, 시가로는 2억7000만원 어치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안 씨 등 다른 민간인 일당은 검거돼 구속 기소 됐지만 K원사는 교통사고로 숨지는 바람에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그런가 하면 서울남부지검은 2월 장애인들에게 지급될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신청한 뒤 26억5000만원이나 빼돌린 혐의로 서울 양천구청 공무원 안 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안씨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려 아파트와 벤츠 승용차까지 구입해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남지청은 허위로 서류를 꾸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게 줄 11억800만원을 가족 등 차명계좌로 빼돌린 해남읍사무소 공무원 안 모 씨를 적발해 3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적발된 696명 중에는 승려도 있었다. 불교의 한 종단 총무원장은 가짜 서류로 국고 보조금 60억을 타낸 혐의로 작년 초 불구속 기소됐고 화엄사 전 주지는 이미 끝난 공사를 새로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24억원 타낸 혐의로 올해 2월 구속 기소됐다.

시민단체 활동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산림보호 주제로 한 어린이 연극을 하겠다며 산림조합에서 1억8000만원의 지원금을 타내 조직 인건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부끄러운 얼굴'에는 지성인이라는 교수도 포함됐다. 부산지검은 5월 납품업자들과 짜고 사지 않은 실험 기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정부 출연 연구자금 8억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부산 모 국립대 김 모 교수 등 2명을 구속했다.

군산지청은 7월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를 지인 이름으로 등록한 후 농산물 생산실적 보고서를 위조해 면세유 8억6000만원 어치를 받아 챙긴 농민 1명을 구속하고 1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가 예산이나 보조금 횡령 등의 비리가 비교적 가볍게 처벌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 등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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