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사회성이 좋아야 공부도 사회생활도 잘한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6분


특목고-대입사정관 전형서 경쟁력으로 부상

《요즘 버릇없는 아이가 많다. 핵가족화와 과잉보호 속에서 집안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 아이들. 학교 갈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집에 손님에 찾아왔을 때도 인사를 하는 법이 없다. 심지어 국내 한 영어경시대회 관계자는 “얼마 전 시상식에 1등상을 받으러 온 아이가 맨발에 조리샌들(플립플롭)을 신고 나타난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하면서 “예의가 없는 것을 ‘서구 스타일’로 착각하는 아이도 문제지만 저런 자녀를 그냥 두는 부모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아이의 ‘인성(人性)’이 경쟁력인 시대다. ‘인성은 0점-시험은 100점’인 아이들이 늘면서 아이의 ‘성품’ 자체가 각종 입시에서 평가요소로 작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손하고 예의바른 말씨, 남을 배려하는 마음, 적극적·능동적 태도를 갖춘 아이야말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최근 특목고 및 대학들은 입시에서 ‘인성면접’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어고는 올해부터 구술면접에서 교과지식을 묻는 질문 대신 인성을 알아보는 질문을 던진다.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도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신설해 심층면접 등으로 학생의 잠재성을 평가한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도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는 한편 면접·구술고사를 주요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하루아침에 길러질 수 없는 인성. 그렇다면 특목고 입시에서 면접관들이 중시하는 수험생의 인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인성은 어떻게 규정되고 또 어떤 방식으로 평가되는지 일선 특목고 입시관계자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서울지역 외고는 지난달 2010학년도 구술면접 예시문항을 발표했다(그래픽 참조). 이에 따르면 이제 구술면접은 봉사활동, 체험활동, 독서 등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수험생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 인성면접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성면접의 평가기준도 학생의 △리더십 △사회봉사성 △문제해결 태도 △독서경험과 연계한 가치관 △학업 및 진로 설계. 다시 말해 사회성, 가치관, 학업 및 진로에 대한 열정의 정도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분석된다.

경기지역 외고는 아직 구술면접 예시문항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인성면접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서울지역 외고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래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이하 용인외고) 입학관리부장은 “한 학생의 인성을 짧은 시간에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올해부터 ‘집단토의 면접’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용인외고의 집단토의 면접은 수험생을 5명씩 한 조로 묶어 이뤄진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의견을 나눈 뒤 마지막 1시간 동안 개별 발표를 한다. 오전, 오후 각기 다른 주제가 주어진다. 한 번은 토의로, 한 번은 토론으로 진행할 예정.

그럼 토의와 토론은 학생의 어떤 능력을 각기 측정하기 위한 걸까. 토의는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므로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이 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 반면 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찬반을 가려 자기 의견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것. 따라서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구성원을 배려하는 자세 등 대인관계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중점 평가한다.

결국 집단토의 면접은 학생 개인의 능력을 측정했던 기존 ‘개별 면접’의 한계를 넘어 학생의 ‘사회성’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두는 셈. 용인외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 있는 구술면접 채점기준에 따르면 총 120점 중 토의면접 점수는 100점, 규칙준수와 생활예절 점수가 20점이다.

집단토의 면접에서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분야 주제가 많이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입학관리부장은 “존엄사에 대한 찬반 의견, 집단이기주의, 성선설·성악설 등 중학생들도 교과서에서 이미 접한 내용이 출제될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조리 있게 표현하면서도 남과 잘 소통하느냐가 중요한 채점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문수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지원부장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가, 봉사정신이 있는가, 전체가 잘되도록 기여를 하는가 등이 훌륭한 인성을 말해주는 세 가지 조건”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선호하는 인물은 ‘다소의 자기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전체의 입장에서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학생. 이런 학생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리더십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기주장이 강해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학생은 한국과학영재학교 인성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다른 학생들이 동조하지 않는데도 끝끝내 고집을 부렸다면 결과가 좋았다 해도 리더십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신설했다.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를 거쳐 2단계 ‘잠재성 다면평가’를 할 때는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직원과 KAIST 교수로 구성된 26명의 입학사정관이 △에세이(수학,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가 주어지면 자료를 수집한 뒤 글을 쓰는 것) △개별면접(기본소양, 진로설계, 시사상식 등 질문) △집단면접(그룹 토론을 통해 리더십 및 공동체의식 판단)을 통해 평가한다. 각 부문의 배점은 따로 없이 종합적 평가를 한다. 에세이, 개별면접, 집단면접 모두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인성은 입학사정관들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일반전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3단계 과학캠프 및 심층면접 순으로 진행될 예정. 이 중 주목할 대목은 과학캠프. 지난해까지 실시하던 ‘개인별 실험’을 없애고 ‘그룹토의’를 신설했다. 학생 4명이 한 조를 이뤄 하루 동안 그룹토의를 벌이는 형식. 김 입시지원부장은 “그룹토의가 신설됨으로써 학생의 인성에 대한 평가비중이 예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서울지역 외고가 발표한 ‘2010학년도 구술면접 예시문항’▼

1. 다음은 지원 동기와 진로에 관한 질 문입니다.

(1) 외국어고등학교에 지원한 동기를 말 해보세요.

(2) 외국어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말해보세요.

(3) 지원자가 40대가 되었을 때 어떤 활 동을 하고 있을지 직업과 관련지어 말해보세요.

2. 다음은 수행평가 준비과정에서 나타 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수행평가를 위해 5명이 한 모둠이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중 A는 자기 역할 이외의 모둠 활동에 는 무관심하고, B는 너무 산만하여 모둠 활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1) 위 상황에서 자신이 모둠장이라면 A, B를 어떤 내용이나 방법으로 설 득할 것인지 말해보세요.

(2)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 세 가지를 근거를 들어 말해보 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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