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으로 빈집 턴 전문 절도범 구속

  • 입력 2009년 8월 6일 17시 32분


김모 씨(36)의 가방 속에는 내시경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의사가 아니라 '빈 집 전문털이범'이었다. 김 씨의 내시경에는 구부러진 쇠파이프 끝에 카메라 렌즈가 달렸다. 휴대전화 카메라와 연결해 촬영 버튼을 누르면 내시경으로 촬영되는 화면이 뜬다. 아파트 현관문에 달린 외시경(도어뷰) 나사를 돌려 떼어내면 지름 1㎝ 내시경이 쏙 들어갔다. 이 내시경에 달린 쇠고리로 아파트 현관문의 자동 잠금장치 버튼을 찾아 누르는 데까지는 5초면 충분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 장비를 가지고 서울과 경기 일대 아파트 빈집을 37차례 털어 모두 9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을 훔쳤다.

김 씨의 수첩에는 수도권 일대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정보가 암호처럼 적혀있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A아파트, 1번 X, 2번 B, 3번 A.' 1번은 이 아파트 단지 입구가 차단돼 있는 지 여부(차단 O, 차단안됨 X)를 말한다. 2번은 아파트 동 입구에 디지털 잠금장치가 있는지(A), 경비가 항상 지키고 있는지(B), 3번은 현관문 외시경의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등을 뜻한다. 범행 때마다 새로 사전답사를 할 필요가 없도록 정리해 둔 것이다. 김 씨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단지가 넓어 출입이 자유로운 오래된 저층 아파트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6일 내시경이 장착된 특수장비를 이용해 빈집을 상습적으로 털어온 김모 씨와 공범 윤모 씨(41)를 붙잡아 구속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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