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상의 ‘꿩 대신 닭’식 졸속추진 논란

  • 입력 2009년 7월 17일 07시 08분


골프장 용지 확보 막히자 “산업단지 조성”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최일학)가 골프장 건설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골프장 용지를 모두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거액을 빌려 추진한 사업이 무산되면서 회원사들은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경위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3년 만에 포기

울산상의가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일원에 27홀의 골프장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6년 7월. 당시 “운영비 확보를 위한 수익사업으로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골프장이 조성되면 1만2000명의 고용 창출과 90억 원의 경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의는 자체자금 5억5000만 원과 회원사 출연금 5000만 원 등 6억 원으로 골프장 건설을 위해 서울산개발㈜이라는 법인도 만들었다. 이어 2006년 12월 경남은행에서 250억 원을 대출받아 용지 매입에 나섰다. 골프장 건설 예정지는 157만8000m². 이 가운데 개인 땅이 83만2000m²(53%), 국·공유지는 34만 m²(21%)이며 나머지 40만6000m²(26%)는 농심그룹 소유. 서울산개발은 사유지의 85%인 70만3000m²를 매입하고 국·공유지의 매입 협의에도 문제가 없었으나 농심은 “자체 사업을 할 것”이라며 매각을 거부했다.

농심 땅에 대한 강제수용도 검토했으나 규정에 맞지 않아 무산됐다. 골프장 전체 예정 용지의 80% 이상을 매입하거나 지주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기 때문. 상의는 골프장 건설을 위한 대출금 이자와 인건비 등으로 50억 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꿩 대신 닭’

상의는 골프장 대신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미 매입한 골프장 용지와 국·공유지 등 132만4755m²에 2012년까지 2163억 원을 들여 공단을 조성한다는 구상. 그러나 이곳은 지형이 험해 토목공사비가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채산성이 우려되는 부분. 또 식수원인 사연댐과도 가까워 허가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에는 울산시가 추진 중인 반송일반산업단지(면적 96만5000m²)도 있어 ‘공급 과잉’ 문제도 걸림돌이다.

울산상의 회원사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견 수렴과 타당성 검토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상의는 “지역 기업들이 공장 용지 마련을 요구해 골프장 대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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