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달라도 다함께/“당신은 카자흐에서 온 천사”

  • 입력 2009년 6월 25일 06시 27분


춘천서 ‘다문화 한마당’… 1000여명 장기자랑 등 행사

“카자흐스탄에서 두메산골 양구로 시집와 적은 생활비로 세 딸을 챙기며 알뜰하게 사는 당신을 보면 힘이 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 텐데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이 고맙고 한편으론 미안하오. 여보 사랑해, 나에게 시집 와 주어서 고마워.”

24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강원도 주최로 열린 ‘다민족 다문화 어울 한마당’에서 김홍섭 씨(38)는 아내 군노라 씨(25)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김 씨는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네 탓만 하는 나를 언제나 웃으며 받아주는 아내가 천사같다”며 “세 딸과 함께 어려움은 헤치고 기쁨은 두 배로 키워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결혼이민자와 유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12개 팀 89명이 출전한 장기자랑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 연극, 사물놀이, 전통춤 실력을 발휘하고 풍선탑 높이 쌓기, 복바구니 터뜨리기, 전통 놋다리 밟기 등의 게임을 하며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또 그동안 가정형편상 결혼식을 못 올렸던 배세복(43·춘천), 야마구치 미카 씨(39) 부부가 무료로 전통 혼례를 치러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축하를 받았다. 이 밖에 세계 전통 의상 입어보기, 수공예, 페이스페인팅, 목공예 체험 행사가 진행됐고 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일본 다코야키, 월남쌈, 우즈베키스탄 프로버, 몽골 만두, 중국 완쯔, 태국 쌀국수볶음 등 외국 음식 체험 코너를 마련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외국인 주민도 모두 우리들의 이웃사촌이고 강원도민”이라며 “이들에게 강원도의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주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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