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權여사 지시로 3억 받았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권여사와 무관” 진술 번복

檢 “권여사 증인 신청 검토”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구속 기소)이 16일 법정에서 “2006년 8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지시로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1심 공판에서 “3억 원이 전달된 과정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권 여사의 지시로 심부름한 것이며 이 돈을 권 여사에게 전했더니 며칠 뒤 돌려주면서 보관하고 있으라고 해 그렇게 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4월 7일 검찰에 체포된 직후 처음에는 “권 여사의 지시로 돈을 받았다”고 했다가 “권 여사와 무관하다”고 진술을 바꿨으며, 얼마 뒤에는 “권 여사의 지시와 무관하게 돈을 받았지만 그 돈을 권 여사에게 건넨 뒤 보관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는 최초의 진술로 태도를 다시 바꾼 셈이다.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오락가락함에 따라 권 여사가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은 16일 공판에서 “권 여사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 문제가 있는데 추후에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가 공판이 끝난 뒤 “권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직권으로 권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거나, 정 전 비서관 측이 증인으로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전 비서관은 2006년 8월 하순경 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에서 업무상 쓸 곳이 있으니 현금으로 3억 원을 달라’고 요구해 서울역 옥외 주차장 4층에서 돈을 건네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만약 이 돈이 권 여사의 것이고 정 전 비서관은 단순히 심부름만 한 것이라면 뇌물수수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있어서, 정 전 비서관 측이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펴고 나섰을 수 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16일 공판에서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나에게 가져오지 말고 총무비서관이 알아서 쓰고 내가 필요하면 말하겠다’면서 나에게 권한을 위임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 돈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 내지 위임으로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하거나 보관해 왔을 뿐이며 은닉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 측은 1억 원 상당의 백화점상품권을 받은 혐의 부분도 “박 전 회장이 수표가 든 것으로 의심되는 종이상자를 주려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부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선 “상품권을 파쇄기에 갈아서 없애 버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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