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논점비교 견해형 공략법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지난달 18일 제2회 법학적성시험(LEET)에 대한 세부 사항이 공고됐다. 3문항이었던 논술 문제가 2문항으로 축소됐다. 2번 유형인 조건선택 비판형 문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비교설명 요약형 문제인 1번이 논점비교 견해형 문제인 3번과 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험생들은 정확한 독해와 비판적 사고로 설득력 있는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문제의 조건과 논술 주제의 범주 설정에서 수험생들의 선택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어떤 논제를 접하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결정한 뒤 논의를 구조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시의성 있는 주제는 2번 문항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논술 주제들은 명쾌한 해결책이나 대안 제시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수험생의 가치관과 사회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하기 위해 반드시 출제되는 문제이므로, 수험생들은 최근 사회문제와 관련된 논제를 사안별로 정리해 놓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해왔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류의 과제라고 봐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구조화해야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1회 LEET에 출제됐던 문제를 통해 논점비교 견해형 문제를 익혀 보자.

○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논점들을 비교하시오. 그리고 이를 참고하여 인도적 개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1300∼1500자, 50점)

「(가) 우리는 코소보 사태와 동티모르의 비극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과 고통에 시달릴 때, 책임을 져야 할 국가가 이러한 비극을 중단시킬 능력이나 의지가 없을 때 국제 사회가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략)

오늘날 세계는 다음과 같이 새로운 행위자, 새로운 책임 그리고 평화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화와 국제 협력의 증가로 주권의 전통적인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합니다.

새로운 세기에는 국가의 이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참신하고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 현재 우리가 맞서는 심각한 도전은 인류 전체의 이익이 바로 국가의 이익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권의 전통적인 개념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중략)

인도적 개입을 무력 사용만으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인도적 개입을 판단하는 기준도 지역이나 민족이 관련된 이해관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 모두의 이익이 개별 국가의 이익이라는 근거에서 전통적 의미의 주권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국제연합은 헌장의 원칙을 유지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위상에 부합하는 실질적 힘을 가져야 합니다. 인권을 유린하는 사태가 종결되어도 평화를 유지하고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나) 개별 국가들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할 때 문제가 된 사안들은 결코 타협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중략) 그러나 인권이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인권을 보장할 수단과 방법뿐만 아니라 인권 그 자체의 내용도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권은 곧 정치입니다.

초국가적 법질서가 등장하는 상황입니다만 국가 주권을 넘어선 시대를 기대하는 것은 유토피아적입니다. 국가 주권을 세계화 시대에 사라져 버릴 낡은 원칙으로 여기지 말고, 최소한 국가 주권이 국제 질서의 토대라는 점 그리고 국가의 헌정 체제가 인권의 최상의 보루라는 점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인권에 대한 주된 위협은 폭정뿐 아니라 내전과 무정부 상태로부터 비롯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권의 보루로서 국가 질서의 필요성을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즉 시민의 자유는 선의의 외부 개입보다 시민들 자신의 제도를 통해 더 잘 보장된다는 것입니다.(중략)

우리는 인권 문화를 공유된 제도 속에 정착시키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개입은 인권 존중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인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개입은 성공적이지도 일관적이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략) 결과적으로 현재 국제연합의 제도적 틀 내에서는 인도적 개입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힘들 것입니다.」

○ 해설

밑줄은 제시문 (가)와 (나)에서 각 논의에 필요한 주요 논점을 표시한 것이다. 우선 (가)의 입장을 지지하려면 인권의 보편성과 인도적 개입의 정당성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반면 (나)의 입장을 지지하려면 국가 주권 하에서 국민 보호가 극대화된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두 입장 모두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이 중시하는 논의의 출발점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가)는 인류의 지향점을 역사 진행의 관점에서 제시하므로 이상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나)는 인권의 실현을 정책적 입장에서 제시하므로 현실주의에 가깝다.

두 제시문의 논점을 비교할 때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일정한 거리 두기에 실패하면 편협한 논리에 빠질 수 있다.

두 주장은 상반되면서도 모두 일리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각각의 주장엔 한계도 포함돼 있다. 수험생들은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의 나열에 그치지 않도록 양쪽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거들을 찾아내 숙지해야 한다.

그런 다음엔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논제의 범주를 정한다. 이때 자신의 주장만 줄기차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견해형 논술의 경우엔 단 한 줄의 ‘주장’을 위해 나머지 문장들이 존재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의 인도적 개입이 필요한 것인지 또는 불필요한 것인지 주장하기 위해 다양한 논거를 들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내 주장의 타당성을 위해 상대방 주장의 맥락을 인정하고 비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의 입장에서 인도적 개입을 지지하는 논술문을 살펴보자.

○ 예시답안 <국제사회의 인권보호는 강대국에 새 패러다임 요구>

인류의 역사는 인권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적어도 소수에게 집중됐던 권력구조를 점차적으로 해체하면서 다수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진행되어 왔고, 그것을 역사의 발전이라고 믿어 왔다.

이러한 믿음이 과연 국경을 넘어서 발휘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최근의 티베트 사태를 통해 증폭됐으며 올림픽 기간에 터진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전쟁은 세계 공동체의 통합 가능성이란 한낱 이상주의자들의 유토피아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제사회가 현재 초국가적 법질서를 요구한다는 점은 제시문 (가)와 (나)가 동일하게 인식하듯이 현재 인류가 당면한 과제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제시문이 입장 차이를 보인다. 제시문 (가)는 ‘인류 전체의 이익이 바로 개별 국가의 이익’이라는 박애주의에 입각한 관점에서 이해관계를 극복한 새로운 국제사회의 질서를 요구한다.

그에 비해 제시문 (나)는 ‘국가의 헌정 체제가 인권의 최상의 보루’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그간의 인권을 내세운 국가 간의 개입 사례가 성공적이지도 일괄적이지도 못했던 점을 지적한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인권을 앞세운 그동안의 국가 간 개입이 과연 인도적이었는지가 문제다. 이런 점에서 (나)의 주장처럼 ‘인권은 곧 정치’라는 구호가 가능해진다.

강대국들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항상 인권보다 우위였다는 과거의 사실을 인류가 기억하는 한 약소국에 인권은 허울 좋은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껏 자국의 이익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 온 국제사회의 질서를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인도적 개입을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국제적 합의사항으로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다.

이렇게 냉정한 현실이 역설적이게도 이상주의자들에 의해 견인되어 온 것 역시 사실이다. 비록 이상주의가 완전하게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거기에 근접하게 만들어 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의 박애주의를 기반으로 한 인도적 개입 주장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현재 세계는 동일한 문화권과 생활권을 형성해 가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에 국제적 차원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인류가 지향하는 지구공동체의 이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특정 국가나 지역이 외부와 단절한 채 그 안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가꾸며 잘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좋든 싫든 지구는 환경문제로 하나의 공동운명체가 되었으며 더불어 경제공동체가 진행 중이다.

이런 현실에서 인권 같은 보편 가치의 실현은 인류의 공동과제다. 인권이 동반되지 않은 세계화란 그것만으로도 위험할뿐더러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 간의 인도적 개입이 형평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강대국 간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난 초국가적인 새로운 국제질서가 필요한 시점이다.(1418자)

강영원 PLS 언어이해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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