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위크 맞은 명동 빨간조끼

1일 낮 서울 중구 명동거리. 밀짚모자를 쓰고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일본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명동노 무료 안나이 사비스 데쓰(明洞の 無料 案內 サ-ビスです·명동 무료 안내 서비스입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굳어있던 일본인 관광객들의 얼굴에 금세 미소가 번졌다.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장기 연휴)를 맞아 '빨간 조끼'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빨간 조끼는 올해 1월 30일부터 서울시가 명동을 중심으로 시범운영하고 있는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안내원들의 별명이다. 이들은 'information(정보)'의 첫 글자인 'i'가 적힌 빨간 조끼를 입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밀착 가이드를 한다. 자리를 잡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먼저 다가가 도움을 주는 게 특징이다.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1일 명동에서도 김정해 씨(49·여)와 이창근 씨(27)는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길을 잃어 헤매다 김 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일본인 다카하시 미츠코(49·여) 씨는 "일본에는 이렇게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없다"며 웃었다. 그가 "김 씨의 미소가 정말 아름답다. 어떤 비비크림을 쓰길래 피부가 그렇게 곱냐"고 묻자 김 씨는 "명동에서 비비크림은 '한스킨'이란 곳이 가장 유명하다"며 직접 매장까지 안내했다.

이들은 제 집처럼 명동 구석구석을 훤히 알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안내한다. 이 씨는 "음식점, 옷가게, 화장품 전문점, 가전제품 등 세세하게 물어보는 게 많아 명동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한다"며 "지금은 입소문이 퍼져 멀리서 알아보고 달려오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27명의 빨간 조끼들은 모두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로 서울시 관광협회의 엄격한 면접을 통해 선발됐다.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 한 주에 5일, 40시간을 일하며 월 160만 원을 받는다.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이들은 민간 외교 사절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관광객을 맞는다.

김정해 씨는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쉴새 없이 걷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내 안내를 받은 관광객들이 즐거워 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보람이 느낀다"고 말했다. 시는 1일부터는 명동 뿐 아니라 쇼핑객들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에도 빨간 조끼들을 투입했다. 서울시 배현숙 관광정책팀장은 "관광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는 영어서비스도 운영해 외국인 관광객들과 더욱 밀착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