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하노조 이탈을 자초하는 민노총의 시대착오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3일 개막한 ‘2009 서울 모터쇼’ 행사를 방해한 민주노총 조합원 4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기자회견 도중 미리 준비한 차량에 갑자기 선지(동물의 피)를 뿌리고 이를 제지하던 의경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9개국 158개 기업이 참가한 자동차 축제에 재를 뿌리고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짓이다.

글로벌 불황과 경영난으로 미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회사들은 대량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내 자동차업체의 인적 구조조정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산하 최대 노조로 거느린 민노총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 극복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처지다. 그럼에도 민노총의 ‘선지피’ 시위자들은 “한국의 자동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로 만들어진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겠다”는 해괴한 주장을 했다.

민노총은 시대착오적 좌파이념으로 포장한 과격한 투쟁방식과 도덕성 실추로 1995년 공식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민노총 핵심 간부의 여성 조합원 성폭행 사건이나 최근 출간된 ‘민주노총 충격보고서’에 담긴 민노총의 병폐와 비리(非理)에 대해서는 민노총 산하 노조원들조차 분노하거나 부끄러워한다.

요즘 영진약품, NCC, 승진실업 등 민노총 산하 노조가 잇달아 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서울메트로와 인천지하철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라 경제와 민생은 아랑곳없는 ‘그들만의 강성투쟁’과 도덕성 추락에 노동자들이 등을 돌리는 현상이다. 승진실업 김삼성 노조위원장은 “민노총은 조합원의 생계는 뒷전이고 집행부의 뜻에 따라 정치적으로 움직였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자성하기는커녕 정치투쟁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1일 선출된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담시키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탄 내는 이명박 독재정권과 ‘끝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에 대한 인식과 해법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알 수 있는 발언이다.

구태의연한 민노총식 노동운동은 노사정 관계 안정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민노총의 ‘떼법과 폭력’에 굴복하지 말고 법과 원칙을 지키며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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