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검은천 뒤덮인 옛 전남도청 별관

  • 입력 2009년 2월 17일 07시 48분


5·18단체들 “원형보존”투쟁… ‘대체 구조물 건립’ 중재안 수용 가닥

광주 5·18단체들의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 점거농성으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들 단체가 별관 전면을 검은 천으로 뒤덮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5·18유족회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14일 도청 앞 분수대 쪽에서 보이는 별관 전체를 대형 검은 천으로 덮었다. 천막 상단에는 ‘이곳을 철거한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도 내걸었다.

공대위 측은 “도청 별관을 지키기 위해 8개월 동안 투쟁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별관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있다”며 “원형 보존을 주장하기에 앞서 그 위치를 제대로 알리고, 5·18 당시 끝까지 항거하다 숨진 시민군 14명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천막을 치게 됐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절대 철거 불가’라는 의견에서 한발 물러나 지역의 ‘철거 불가피’ 여론을 수용하는 전 단계로 일종의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대위는 최근 도청 별관을 기존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에 따라 철거하고, 대신 5·18을 상징하는 대체 구조물을 건립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민주당 박주선 의원(광주 동)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중재안은 △공대위 농성 해제 및 철수 △문화전당 원 설계대로 공사 재개 △문화중심도시 상징조형물 건립 및 건립자문위에 5·18단체 대표 참여 △문화전당 내 민주평화교류원 운영자문위에 5·18단체 대표 참여 △5·18 30주년 기념행사 때 정부 지원 확대 등 7개 항으로 돼 있다.

문화전당 건립 공사는 공대위 측의 점거농성으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사실상 중단돼 이달 8일부터는 시공업체에 하루 1000만 원이 넘는 지체보상금까지 물고 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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