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민센터 리모델링 예술이네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서울시, 문닫은 82곳 도서관-헬스장 등 새단장

유명 건축가들 참여… 지역 랜드마크로 되살려

‘그가 그 건물에 손을 대기 전에는/그 건물은 다만/하나의 동사무소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그 건물에 손을 대었을 때/그 건물은 주민들에게 와서/작품이 되었다.’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의 변신이 눈부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동 통폐합 사업을 통해 폐지된 주민센터가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 시설로 바뀌고 있다.

2007년 6월 말 현재 518개였던 주민센터는 436개로 줄었다. 쓸모가 없어진 82개의 주민센터 건물을 도서관이나 보육시설 등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시는 그중 20개의 주민센터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기로 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18명의 국내 유명 건축가들이 폐지된 주민센터를 지역의 랜드마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낡은 주민센터를 지역의 명소로

이달 중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양천구 옛 신정5동 주민센터는 작은 도서관과 헬스장으로 바뀐다.

이 건물의 설계는 2006년 ‘묵방리 주택’(충북 청원군)으로 그해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축사사무소 O.C.A’의 임승용 대표가 맡았다. 임 대표는 낡고 볼품없었던 이 건물을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로 리모델링한다.

벽 곳곳에 외부로 돌출된 창문을 내 방문자들이 이곳에 걸터앉아 바깥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3층 헬스장의 이용자들은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

중랑구 망우2동은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조성룡 도시건축’의 조성룡 대표의 손을 거쳐 청소년 독서실로 탈바꿈한다. 두 작품 모두 이르면 4월 중 완공 예정이다.

이 밖에 승효상 ㈜이로재 대표,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 등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특별경관 관리 설계자’로 선정된 작가 18명이 이 사업에 참여한다.

이들은 당초 구릉지나 문화재 주변 재개발을 할 때 경관관리를 위한 ‘인재 풀(pool)’로 선정됐지만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동 주민센터 리모델링 작업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 1개 자치구 1개 이상 명소화 추진

16일 현재 명소화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12개구의 20개 주민센터다. 용산구 한남1동, 광진구 능동, 강북구 미아9동, 송파구 잠실6동, 강동구 천호2동, 관악구 신림10동과 봉천2동 등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동 통폐합 추진 추이를 봐 가며 1개 자치구에 1개 이상의 주민센터를 명소화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소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큰 수익을 얻지 못한다. 임승용 대표는 “잘하려고 하다보니까 오히려 시에서 책정한 예산보다 비용이 더 들어 적자가 났다”며 “하지만 공공에 대한 기여라는 뜻에서 건축가들이 선뜻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들은 20개 주민센터의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모형이나 사진을 통한 작품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작업 과정을 담은 책자를 발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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