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어이없는 대보름 대참사… 화왕산 아비규환 현장

  • 입력 2009년 2월 10일 16시 38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10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정월대보름날인 어제 저녁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 억새 태우기 행사를 하다 관광객 4명이 숨지고, 60여명이 화상을 입거나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김현수 앵커) 화왕산은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말라있었던 데다 강풍까지 불었다고 합니다. 예견된 사고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동아닷컴 노선자 객원기자를 연결해 악몽 같았던 화재의 순간을 생생히 들어보겠습니다.

(박 앵커) 노 기자, 억새를 태우던 불이 어떻게 순식간에 화마로 변하게 된 건가요?

(노선자)사고 당일 오후 5시 50분 경부터 본 행사인 억새 태우기 행사가 진행되면서 한 5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반대방향으로 수십미터의 불기둥이 관광객들 쪽으로 무섭게 타올랐습니다.

(김 앵커) 등산객이 4명이나 사망하고, 60명이나 부상을 당했는데요. 어떻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 건가요? 노 기자는 어디쯤에서 보고 피한건가요?

(노)저는 정상 통로 쪽 성곽 위에서 촬영 중에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 휩쓸려 행사장에서 나오게 됐습니다.

당황한 관광객들은 4~5m 높이의 성곽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떠밀려 떨어지면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박 앵커) 불길이 번지자 주최 측에서 어디로 피해야 한다든가 하는 안전요원은 없었나요?

(노)통로쪽에는 성곽 위에 세 명의 안전요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후레시로 유도를 하면서 안전하게 피신을 시켰지만 특별히 어디로 어떻게 피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었습니다.

(김 앵커)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는 어떤 행사인가요?

(노)대규모 억새 군락지인 화왕산의 억새태우기는 '화기가 깃든 화왕산에 불이 나야 풍년이 들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전설에 따른 것입니다. 화왕산은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했다고 해서 지역에서 불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억새 태우기 축제는 1995년과 1996년, 2000년에 열렸다가 불 위험과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가 반발하면서 2003년부터 개최주기를 3년으로 바꿔 열려왔습니다. 올해가 여섯 번째 이고요.

(박 앵커) 억새 태우기 축제가 등산객들 사이에서 유명한가요? 노 기자는 어떻게 거기에 가게 됐습니까?

(노)제가 가게 된 경위는,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몇 년에 한 번 오는 행사라 유명합니다. 저도 등산 동호회에서 액운을 물리치자는 뜻에서 갔다가 사고를 목격하게 됐습니다.

(박 앵커) 네 그렇군요. 노 기자 수고했습니다.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동시에 추가 희생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김충식 창녕군수는 억새태우기 행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인명피해가 난 뒤 때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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