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련, 경찰관 감금 집단폭행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9분


용산참사 빈소 인근서 천막에 끌고가 50여명이 구타

병원측 “철거민희생자 병원비 1억… 얘기 꺼내면 욕설”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 유족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관계자들이 경찰관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 소속 이모(44) 경사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철거민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근처의 한 식당 앞에서 병원 관련 상황을 전화로 보고하던 중 희생자 유족과 전철련 관계자들에게 폭행당했다.

경찰은 “희생자 유족과 전철련 관계자 20여 명이 이 경사를 에워싸고 ‘전철련 회원들을 죽인 경찰관이 왜 여기에 왔느냐’며 폭행했다”고 밝혔다.

유족과 전철련 관계자들은 낮 12시경 이 경사를 병원 장례식장 앞 천막까지 약 150m를 끌고 갔고, 천막 안에 있던 회원 50여 명이 가세해 이 경사를 집단 폭행했다.

이들은 30여 분간 이 경사를 감금했고, 경찰 1개 중대가 천막으로 진입하려 하자 이 경사를 밖으로 내보냈다.

이 경사는 얼굴과 머리, 목 주변, 가슴 등을 다쳐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철련 관계자는 “한 유족이 경찰차에서 내리는 순간 경찰관이 전화를 하고 있어 팔을 잡고 ‘당신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경찰관이 먼저 우리를 때렸다”며 “우리가 맞았기 때문에 경찰관을 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경사는 “나는 때린 적이 없다”며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희생자 5명이 안치된 순천향대병원은 그동안 발생한 1억 원 정도의 병원비 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병원 측은 유족들에게 여러 차례 납부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비 얘기를 꺼내면 욕설을 하고 위협하는 등 난폭한 행동을 해 병원비 납부 얘기를 할 때는 남자 직원 2, 3명이 같이 갈 정도”라면서 “입원환자들은 건강이 호전되면 퇴원하겠지만 장례식장은 언제까지 상황이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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